[김태석의 축구 한잔] 강원-대전의 볼보이 논란, 해외 유사 사례는 어떠할까?

김태석 기자 2021. 12. 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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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나온 볼보이들의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볼보이가 원정팀 선수에게 친근하게 대하지 않아 발생한 에피소드가 여럿 있긴 하지만, 승강 여부가 걸린 중차대한 경기에서 볼보이가 노골적으로 볼을 전달하지 않아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강원 FC가 대전하나 시티즌에 4-1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강원은 종합스코어에서 4-2로 대전하나를 따돌리고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경기가 끝난 후 볼보이가 문제가 됐다. 강원 측이 배정한 볼보이들이 고의적으로 대전하나 선수들에게 볼을 전달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대전하나 벤치는 물론 원정 응원을 온 대전하나 팬들까지 분노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단 최윤겸 당시 경기 감독관이 현장 상황을 담은 경기 보고서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보고한 상태다. 하지만 명확한 징계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강원과 대전하나 양측에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민성 대전하나 감독은 홈 어드밴티지를 인정한다면서도 "좀 더 깨끗해야 한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최용수 강원 감독은 "볼보이 영역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홈 어드밴티지는 전 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해외 리그의 비슷한 사례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비슷한 사례가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있었다. 지난 2016년 8월 26일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벌어진 2016-2017 이탈리아 세리에 A 우디네세와 엠폴리전에서 볼보이들이 엠폴리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간 지연 행위를 해 우디네세의 2-0 승리를 도왔다. 그러자 세리에 A 사무국은 홈팀인 우디네세에 3,000유로(한화 약 400만 원)라는 벌금을 부과했다. 세리에 A 사무국은 벌금 제제를 발표하면서 "우디네세가 경기 후반전에 볼보이들이 체계적이면서도 고의적으로 경기 재개를 늦추는 것에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니까 우디네세가 볼보이 교육 및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2018년에는 남아공 프리미어 사커 리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카이저 치프스와 폴로콰네 시티의 경기에서 볼보이가 시간 지연을 해 홈팀인 카이저 치프스의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당시 남아공에서 존경받는 은퇴 심판이었던 에이스 은코보는 남아공 매체 뉴스 24와 인터뷰에서 이 모습을 본 후 강력하게 경고했다. 은코보는 볼보이가 시간 지연 행위를 할 경우 홈팀에 징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은코보는 "홈팀에 벌금이 부과되어야 하고 규정에 명시된 규칙이 있어야 한다"라며, "언젠가 선수나 관계자가 화가 난 나머지 이 어린 소년들을 때릴 것이다. 볼보이에 의해 플레이를 방해받을 때 화가 폭발해 분노와 좌절감에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은코보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이는 또 있다. 바로 조세 무리뉴 감독이다.

이 사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있었다. 2013-2014시즌 크리스털 팰리스와 첼시 경기에서 발생했다. 당시 첼시는 우승 경쟁 중이었는데,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사실상 경쟁 구도에서 이탈되고 말았다. 승강과 우승 경쟁은 분명 성격이 다르지만, 한해 농사가 걸린 중요한 승부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 경기에서 첼시는 크리스털 팰리스 볼보이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분노했다. 특히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측면에서 볼을 건네받을 때 문제의 상황이 나왔다.

터치라인 밖으로 나간 볼을 잡은 볼보이에게 당시 크리스털 팰리스 측면 공격수 제이슨 펀천이 뭔가 말을 전했고, 볼이 속히 전해지지 않자 아스필리쿠에타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볼보이 손에 쥐어진 볼을 빼앗아 플레이를 전개했다.

이 모습을 본 조세 무리뉴 당시 첼시 감독은 볼보이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그러다 맞을 수 있다"라는 식으로 타일렀다. 참고로 무리뉴 감독의 이 발언은 볼보이를 윽박지르고 협박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에덴 아자르가 스완지 시티 볼보이가 시간 지연 행위를 하자 밀쳐버려 큰 논란을 야기하는 등 실제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볼보이의 시간 지연 행위에 마땅한 징계하지 못하는 건 현실이다. 그러나 경기장 내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규정에 의해 벌칙을 내리는 행위만큼이나 중요하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분노한 일부 대전하나 팬들이 물병을 던지는 사고가 있었다. 강릉 종합운동장이 축구전용구장이 아니었음을 천만다행으로 여겼어야 할 상황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런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징계 조항을 차후 마련해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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