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공염불된 공수처 정치중립

김충남 기자 2021. 12.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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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민의힘 선대위 법률지원단은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여당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주임검사인 여 차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망각하고 노골적으로 정치 편향적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 출범 이후 입건한 사건 24건 중 윤 후보 관련이 4건인데, 여 차장은 고발 사주 의혹 등에 수사력을 사실상 총동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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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차장

지난 8일 국민의힘 선대위 법률지원단은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여당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주임검사인 여 차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망각하고 노골적으로 정치 편향적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 차장이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은 한낱 경제 범죄지만 고발 사주는 대장동 수사보다 훨씬 중요한 국기 문란 범죄”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는 고발 사주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진 지난 9월 여당 지도부의 인식과 한 치의 차이도 없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발 사주 의혹은 묵과할 수 없는 희대의 국기 문란이며, 100% 윤석열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하명 수사’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지난 10월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1차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여당이 손 검사를 재고발한 지 5일 만에 재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고발장 작성자 등에 대한 물증 확보 없이 구속부터 시켜놓고 ‘윗선’을 캐려는 의지만 불태우다 연거푸 자책골을 넣은 셈이다. 이를 계기로 공수처의 정치 편향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폐지론마저 나온다.

법관 생활 20년에 대법관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여 차장이 왜 야당의 표적이 된 것일까. 영장 전담 판사를 3년이나 지내 누구보다 엄밀한 인신 구속 요건을 잘 알고 있을 그는 영장 판사 앞에서 “저는 수사 경력에서는 아마추어” 운운하며 손 검사 구속을 호소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입건한 사건 24건 중 윤 후보 관련이 4건인데, 여 차장은 고발 사주 의혹 등에 수사력을 사실상 총동원하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사건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 등 여당 정치인이나 여권에 불리한 수사는 입건 시늉만 했을 뿐 사실상 멈춰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월 21일 취임사에서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됐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 전담 수사기구 설치를 입법 청원한 것이 계기가 돼 숱한 논란 끝에 탄생한 공수처가 왜 이 지경이 된 것인가.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를 모델로 반부패 기구로 설계된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 과정에서 검찰 견제 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차장과 검사가 여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공수처가 정권의 부침과 무관하게 생존하려면 정치적 중립성을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온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대전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공수처 수뇌부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면 여권에 찍혀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자신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고언이 표리부동한 김 처장과 여 차장에게 ‘죽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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