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에도 통한다..바이러스 사냥꾼 T세포 주목한 차세대 코로나 백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가 속속 출현하면서 각국 제약사들이 새로운 변이에도 효과가 유지되는 차세대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 등이 기존 백신의 중화항체 회피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역세포인 T세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에 관심이 높다.
현재 승인된 코로나19 백신들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스파이크단백질을 표적으로 만들어졌다.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스파이크단백질을 보고 항체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스파이크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면 항체가 제대로 들러붙지 못해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T세포는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파괴해 바이러스가 더 이상 증식을 하지 못하게 막는 원리다. 제약사들이 T세포를 활용하는 백신 개발에 뛰어든 만큼 다양한 변이가 등장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올지 기대된다.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T세포가 중화항체보다 더 오랫동안 면역력을 지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6월에는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혜원 충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완치자들이 10개월 이상 코로나19를 기억하는 T세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감염자들 대부분이 완치 10개월 뒤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T세포를 갖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공동연구팀이 T세포 반응이 중화항체보다 오래 지속돼 변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이 때문에 백신 제조사들도 T세포 반응을 이용한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의미있는 중간결과를 얻기도 했다.
캐나다 메디카고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세계 최초로 식물성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함께 담배 식물을 이용해 '바이러스 유사 입자'를 만든 것이다. 이 입자들이 몸속에 들어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T세포 반응을 유도한다. 세계 6개국 18세 이상 2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최대 71~75.3%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백사트는 코에서 항체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세계 최초 경구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 중이다. 내년에는 전세계 8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도 계획 중이다.
이 백신이 상용화되면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사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공급, 복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션 터커 백사트 설립자는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곳인 콧속 점막에서부터 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 감염 초기부터 막을 수 있고, 알약 형태로 물과 함께 복용하므로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팀 역시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 지난 10월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백신은 바늘 없이 스프링을 활용한 인젝터로 피부를 통해 약물을 넣는 DNA 백신이다. 주사기로 맞는 게 아니라 피부 패치형인데다 상온에서 최대 3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영국 플리머스대 연구팀은 헤르페스바이러스를 이용해 코로나19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모두에 예방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 콧속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나 주사제로 개발했으며 역시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내년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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