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운송비 상승'에 내년 카플레이션 본격화

신민준 2021. 12. 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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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K5 ·콜로라도 등 신차 가격 상승세
'원자재값·운송비 상승, 車수급 불균형' 삼중고 탓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도 신차 가격 상승세
개소세·전기차 보조금 등 세재 개편 화두 부각 전망
기아, ‘The 2022 K5’. (사진=기아)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내년에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운송 비용 증가, 차량 수급 불균형 등 ‘삼중고’ 탓이다.

그간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온 완성차 업체들마저 차량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더 많은 차를 팔기 위해 가격 경쟁을 펼쳐온 완성차 업체들마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TV와 모니터 등 소비자 가전과 스마트폰, 이차전지(배터리) 등 원자재 가격 인상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에서 ‘줄인상’도 예상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산타페·K5’ 등 연식 변경 모델 차량 가격 인상

1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은 연식 변경 모델에 대한 차량 가격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연식 변경 모델 2022년형 싼타페를 출시하며 일부 트림(등급)의 가격을 올렸다. 2022년형 싼타페 신형(2.5 터보)의 가솔린 모델 가격은 △익스클루시브 3156만원 △프레스티지 3415만원 △캘리그래피 3881만원 등이다. 트림별로 이전 모델보다 각각 181만원, 48만원, 42만원 가격이 올랐다. 작년 11월 기존 모델이 출시된 지 1년 만에 가격이 최대 6% 올랐다. 현대차가 연식과 부분·완전변경한 신차를 출시할 때 가격이 통상 1~2%가량 올랐던 이전과 비교하면 오름 폭이 커졌다.

디젤 모델은 가격이 더 상승했다. 익스클루시브(기존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전 모델보다 가격이 241만원(7.7%) 상승했다. 디젤차의 가격 상승폭이 더 큰 이유는 강화되는 디젤차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기준에 맞춰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추가로 장착한 영향이다. 이 때문에 디젤 엔진 가격이 기존보다 60만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도 대표 세단 K5도 연식 변경 모델의 가격을 올렸다. 2022년형 K5 3세대 2.0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트렌디 2381만원 △프레스티지 2631만원 △노블레스 2822만원 △시그니쳐 3092만원이다. 트림별로 이전 모델보다 각각 △25만원 △25만원 △19만원 △19만원 가격이 올랐다. 2021년형이 2020년형보다 5~20만원 가격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픽업트럭인 쉐보레 콜로라도 신형 차량의 가격도 최대 240만원 올랐다. 콜로라도 2022년형 가솔린 모델 가격은 △익스트림 4050만~4540만원 △Z71-X 4739만~4889만원이다. 작년 9월 출시된 기존 모델은 익스트림을 3830만원, Z71-X를 4490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었다. 각각 220만원(5.7%), 240만원(9.4%) 가격이 올랐다.

철·냉연강판, 마그네슘 등 車소재 가격 상승 타격

업계에서는 차량 가격 인상(카플레이션, Car+Inflation)의 주요 원인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을 꼽는다. 실제 차량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 철강판은 2년여 만에 가격이 두 배 넘게 뛰었다. 이(e)-나라지표에 따르면 열연강판 미국 중서부 가격은 작년 1월 톤(t)당 603달러(약 71만원)에서 지난 7월 1502달러(약 178만원)로 올랐다. 같은 기간 냉연강판은 805달러(95만원) 에서 1708달러(약 202만원)로 상승했다.

중금속류 가격도 폭등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작년 1월 1772달러(약 209만원)에서 지난달 2642달러(약 312만원)로 올랐다. 마그네슘도 2116달러(약 250만원)에서 5211달러(약 616만원)로 두 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운송비도 같은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의 지난 10월 트럭 화물 운송비용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2% 상승했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 10월 15일 기준 4588.0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0월(1438.2)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배 넘게 오른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로 차량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의 이유로 거론된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HEV) 모델의 경우 지난 1일 기준으로 주문부터 출고까지 13개월 이상이 걸린다. 기존과 같은 기간에 출시되는 차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 상승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옵션 인상 등으로 대응 어려워…기본 가격 인상 불가피

이런 제조원가 상승에 더해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 연구개발 투자와 인건비 증가 등 재무적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차량 가격 인상 폭이 기존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동안은 기본 가격보다 옵션 조정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유도했지만, 이제는 불가피하게 기본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카플레이션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유럽은 신차 공급 지연으로 지난 10월 중고차 평균 가격이 연초 대비 28.3% 상승했다. 일본의 중고차 경매 가격도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 올랐다.

업계에서는 차량 가격 인상에 따라 생계형 운전자와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만큼 개별소비세 등 세제 개편과 전기차 보조금 로드맵 재검토 등이 내년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은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줄어든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판매 경쟁 심화로 차량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용 상승,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삼중고로 차량 가격 상승 압박이 심해 업체 입장으로서 참 난감 상황”이라며 “다만 가격이 얼마만큼 올랐느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추가된 옵션이나 서비스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준 (adon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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