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GM 부품사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빚내 신차부품 개발

류정 기자 2021. 12.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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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흔들리는 車 산업] [3] 쌍용·GM·르노 절박한 3社

지난 9일 찾아간 쌍용차 1차 부품사 네오텍 천안 공장은 작업장의 4분의 1만 가동되고 있었다. 네오텍은 쌍용차에서 납품 대금 60억원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 쌍용차 부품 생산 설비에 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내년 나오는 신차 J100 부품 생산을 위해서다. 100억원 중 금형과 조립 시설에 투자된 70억원은 본래 완성차 업체인 쌍용차가 내야 하는 돈이다. 최병훈 네오텍 대표는 “빚을 받으려면 쌍용차가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투자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2019년 13만2994대이던 쌍용차 생산 규모는 지난해 10만6827대, 올해 8만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월 1만 5000대는 판매해야 직원 월급과 부품 대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절반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 완성차 업체가 감산에 들어가자 부품사들도 인력을 줄이고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네오텍은 2019년 1072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800억원대로 줄어드는 바람에 인력 30%를 감축하고 임원들은 월급을 반납하며 버티고 있다. 최 대표는 “1차 부품사인 우리가 도산하면 2차⋅3차 회사들도 줄줄이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230여 부품사는 올해 납부 대금이 3000억원이나 밀려 있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23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쌍용차 신차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쌍용차가 망하면 다 같이 죽는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한국 GM의 협력 업체들도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2차 부품사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한 달에 반은 공장이 놀고 있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출근하는 형편”이라며 “작년 3억원, 올해 2억5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기로에 선 쌍용차와 한국 GM

한국GM은 부평 1·2공장, 창원 공장 등 3개 공장이 있다. 하지만 창원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부평 공장들은 직원들이 반씩 나눠서 일주일 일하고, 일주일은 쉬는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판매량의 75%를 차지하는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핵심 공장 ‘부평 1공장’은 올 상반기만 해도 2교대로 돌아갔지만, 반도체난이 지속되면서 부품 재고가 바닥나 9월부터 가동률을 50%로 줄였다.

한국GM·쌍용차·르노삼성 가동률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 공장은 지난 추석부터 내년 1월까지 가동 중단에 돌입했다. 1800명의 직원은 유급 휴직 중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한국지엠 부평 2공장이다. 말리부·트랙스를 생산하는 이곳은 생산 능력이 12만5000대지만, 올해 생산량이 3만4000대에 그쳐 가동률이 27% 수준이다. 이 때문에 부평 2공장은 수년 내에 부평1공장과 통합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2018년 군산 공장 폐쇄 때 필요한 구조 조정을 했기 때문에 추가 구조 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직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쌍용차 역시 올해 가동률이 30% 수준이다. 월 최소 1만5000대는 판매해야 직원 월급과 부품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지만,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은 그 절반인 7500대 판매에 그쳐 직원들의 임금 삭감, 부품 대금 연체로 버티고 있다.

◇고용 유지에만 목매다 매각 등 구조 조정 타이밍 놓쳐

이들 중견 자동차 업체는 내수 시장 양극화, 신차 개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올해 반도체난의 타격을 잇따라 받으며 위기에 놓였다.

쌍용차의 경우엔 고용 유지에만 신경을 쓰느라 구조 조정 시기를 놓쳐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대주주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거론했고, 쌍용차는 2개월 만에 해고자 119명 복직을 결정했다. 쌍용차는 그해 2년 연속 600억원대 적자를 내 오히려 구조 조정이 필요했지만 인력을 더 늘린 것이다. 이어 코로나가 터지면서 작년 한 해에만 42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최근 에디슨모터스가 자신보다 매출이 30배 큰 쌍용차 인수에 나섰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사정을 감안하면 성사될지 미지수다.

GM은 노사 관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GM 본사는 전기차 등 신차 배정을 늘리는 조건으로 노동유연성 확보를 내걸고 있지만, 최근 노조원들은 강성파 후보를 노조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최근 방한한 GM의 2인자 스티브 키퍼 사장은 “파견직 합법화 같은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기차 투자가 어렵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불법 파견 혐의로 카허 카젬 사장이 기소된 상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자칫 감방에 갈 위기에 놓였는데, 추가 투자를 하려 들겠느냐”며 “한국 공장은 품질 경쟁력과 부품 공급망이 좋은 평가를 받지만, 늘 노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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