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워드프레스가 기술 독점보다 '생태계'를 택한 이유

원종태 에디터 2021. 12. 1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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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홈페이지의 20% 이상이 사용한다는 홈페이지 제작 툴 '워드프레스'는 오픈 플랫폼으로 대박을 친 케이스다. 워드프레스 창업자 매트 뮬렌웨그는 2003년 베타버전을 출시했지만 그때까진 그닥 주목 받지 못했다. 2004년 정식 버전을 출시한 후에야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폭발적인 성장을 맛봤다. 워드프레스는 특히 수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다양한 플러그인과 테마를 쏟아내며 진가를 발휘했다. 뮬렌웨그는 급기야 2005년 오토매틱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워드프레스 새 버전을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얻는다. 사람들은 '엔바토'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적합한 워드프레스 유료 테마들을 대거 구입한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워드프레스 이코노미'가 탄생한 것이다.

뮬렌웨그는 워드프레스 경쟁력이 다름 아닌 '오픈 플랫폼'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프로그램 자체의 뛰어남보다 프로그램 소스의 무료 공개가 더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런 오픈 플랫폼 전략은 '수확 체증의 법칙'으로 이어진다. 워드프레스 사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플러그인이나 테마로 이익을 올릴 기회가 늘고, 더 많은 개발자들이 워드프레스로 몰린다. 그러면 편리한 앱들이 더 늘어나고, 이를 이용하려는 사용자들이 한결 증가한다. 다시 개발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워드프레스를 쓸 수 있고, 누구나 워드프레스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오픈 플랫폼 전략이 전 세계 개발자들의 참여를 촉발했고, 수확 체증의 법칙을 거쳐 수조원 가치의 워드프레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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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플랫폼은 페이스북 성공 비결로도 통한다. 페이스북은 사업 초기만 해도 '마이스페이스'라는 강력한 경쟁자 때문에 사업 자체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개방과 참여, 공유라는 오픈 플랫폼 개념을 적극 도입하며 조금씩 치고 나갔다. '페이스북 커넥트'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과 함께 교류하는 기능을 제공해 다른 사이트들의 참여까지 이끌었다.

반면 마이스페이스는 반대로 갔다. 여전히 폐쇄적인 개발 정책을 고수하며, 자체 개발자들만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그러는 사이 페이스북이라는 무대 안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은 더 늘었고, 경쟁자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앱들이 증가했다.

오픈 플랫폼은 이제 메타버스들에게는 불변의 전략으로 통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명사인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 게더타운 등은 세부 내용이 조금씩 다를 뿐 한결같이 '오픈 플랫폼'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인 '이프랜드'도 외부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아바타나 가상공간을 만드는 '오픈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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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독점'이라는 말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거액의 시간과 돈을 들여 기술을 독점하는 것은 더 이상 사업의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설령 기술을 독점했다고 해도 그 기술에 적합한 시장을 찾는 것은 더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열쇠(독점 기술)'를 갖기보다 '보물상자(신시장)'부터 선점하라고 조언한다. 아무도 갖지 않은 열쇠가 있다고 한들, 열쇠가 들어맞는 보물상자를 찾는 것이 워낙 힘들기 때문이다. 아예 보물상자를 먼저 확보한 뒤, 열쇠를 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독점 기술은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베껴진다는 한계도 있다. 뮬렌웨그도 "디지털 세상에서 기술의 복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픈 플랫폼은 다르다. 특히 오픈 플랫폼은 베낄 수 있지만, 그 플랫폼이 만든 생태계는 절대로 베낄 수 없다. 메타버스라는 플랫폼 자체도 비슷하게 흉내낼 순 있지만 수 천, 수 만명이 그 플랫폼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만든 '생태계'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메타버스의 진정한 경쟁력은 이 복제할 수 없는 생태계에 있다. 독점 기술 개발보다 오픈 플랫폼으로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한 경쟁인 메타버스 시대에 살아남는 진정한 방법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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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에디터 go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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