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삼남대로 옛길

박완규 2021. 12. 1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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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9개 대로라 했다.

대표적인 길이 제6로인 삼남대로다.

작가 박태순은 저서 '나의 국토 나의 산하'에서 삼남대로와 1번 국도에 대해 "서울에서 수원을 거쳐 천안에 이르는 길목들에서는 대체로 동질성을 유지하지만, 천안삼거리 지경을 넘어서면서부터 서로를 배신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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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9개 대로라 했다. 대표적인 길이 제6로인 삼남대로다. 서울에서 전남 해남 이진항에 이르는 길이다. 호남지역의 풍부한 물산을 서울로 보내는 도로였다. 시인 박목월이 시 ‘나그네’에서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고 노래한 길이다.

이러한 전통도로 체계는 신작로에 제대로 계승되지 못했다. 작가 박태순은 저서 ‘나의 국토 나의 산하’에서 삼남대로와 1번 국도에 대해 “서울에서 수원을 거쳐 천안에 이르는 길목들에서는 대체로 동질성을 유지하지만, 천안삼거리 지경을 넘어서면서부터 서로를 배신하게 된다”고 했다. 삼남대로는 차령고개·공주·부여·강경으로 이어졌는데, 1번 국도는 조치원·대전·논산으로 빠진다. 직선도로를 선호하는 근대 기술공법 탓에 “1번 국도가 삼남대로의 도리(道理)를 능멸한다”는 것이다. 삼남대로에는 질곡의 역사가 담겨 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등의 유배길이었고, 수탈과 핍박에 시달린 동학농민군이 혁명을 꿈꾼 길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이 선조들이 오간 옛길을 대상으로 명승 자원 조사를 한 뒤 역사·문화 가치가 있고 경관이 아름다운 삼남대로의 갈재와 누릿재 등을 국가지정문화재(명승)로 지정했다. 갈재는 전남 장성군 북이면 원덕리와 전북 정읍시 입암면 등천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고려시대 현종이 거란 침입 당시 나주로 몽진할 때 이 길을 넘었다. 과거 돌길·흙길의 원형이 남아 있다. 누릿재는 전남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에서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우상인(牛商人)이나 보부상이 영암장·나주장을 보기 위해 이 고개를 넘었다. 곳곳에 서낭당 터, 돌무더기 등이 남아 있다. 강진으로 유배가던 정약용은 이곳에서 “누리령 산봉우리는 바위가 우뚝/ 나그네 뿌린 눈물로 언제나 젖어있네/ 월남리로 고개 돌려 월출산을 보지 말게/ 봉우리 봉우리마다 어쩌면 그리도 도봉산 같아”라고 읊었다.

전국 각지에는 개발 만능주의로 망가뜨려진 채 고립돼 있는 옛길이 산재해 있다. 이번 명승 지정을 계기로 옛길 문화 인프라가 바로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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