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강원FC… 그 뒤엔 ‘최용수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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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의 황문기(25)가 3-1로 앞선 후반 추가 시간 쐐기골을 넣자, 강릉종합운동장을 찾은 홈팬 3700여 명은 모두 일어나 박수 치면서 “이겼다”를 외쳤다. 버스 11대를 타고 올라와 경기장 남쪽 관중석에 자리 잡은 대전 하나시티즌 원정팬 400여 명 사이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최용수(48) 강원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홈팬들은 “최용수”를 외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오른손 어퍼컷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마술사’ 최용수 감독이 이끈 강원이 기적의 드라마를 쓰며 1부 리그에 극적으로 잔류했다. K리그1(1부) 11위 팀 강원은 12일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이하 승강전) 2차전에서 K리그2(2부) 3위 팀 대전에 4대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8일 승강전 원정 1차전에서 0대1로 졌지만, 1·2차전 합계 스코어 4대2로 앞섰다. 프로축구에 승강전이 도입된 2013년 이후 1차전에서 진 팀이 최종 승자가 된 것은 올해 강원이 처음이다. 반면, 대전은 2015년 이후 7년 만의 1부 승격을 눈앞에서 놓쳤다.
최 감독은 2018년 10월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승강전 끝에 1부 잔류를 이끌어낸 데 이어 또다시 2부 강등 위기에 빠진 소속팀을 구했다. 강원은 지난달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병수(51) 전 감독을 경질하고 K리그1 우승 경험이 있는 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최 감독은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며 팀을 빠르게 정비했다. 서울과의 리그 복귀 첫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기며 11위를 확정, 팀이 최하위(12위)로 K리그2에 곧바로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최 감독은 성남FC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2대1로 이기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승강전 첫 경기에서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최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과감한 공격과 함께 “부담감을 내려놓고 신나게 뛰자”고 주문했다. 강원은 1차전과 달리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을 펼치며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6분 대전 이종현(24)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골을 허용하면서 0-1로 끌려갔지만, 강원 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반 26분 김대원(24)이 과감한 왼쪽 돌파로 대전 이지솔(22)의 자책골을 유도한 데 이어 1분 뒤엔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려 임채민(31)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전반 30분엔 한국영(31)이 골 지역 정면에서 수비수 3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4분 만에 3골을 몰아쳐 단숨에 경기를 뒤집은 강원은 후반 추가 시간 쐐기골까지 더해 4대1로 이겼다.
최 감독은 경기 후 “2018년엔 1차전에서 이겨 숨 쉴 여유가 있었다. 이번엔 1차전에서 져 더욱 피가 말랐다. 허리 싸움을 강화하는 작전이 잘 먹혀들어 이길 수 있었다”며 “내년에 전력을 보강해 파이널A(상위 6위 이내)에 오르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날 1부 리그를 놓고 맞붙은 이민성(48) 대전 감독에 대해 “팀을 잘 만들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지도자”라고 했다. 최 감독과 이 감독은 1997년 ‘도쿄대첩’ 당시 역전 결승골을 합작한 사이다. 당시 대표팀 일본 원정에서 1-1로 맞선 후반 막판 최 감독의 패스를 받은 이 감독이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라 2대1 승리를 거뒀다.
아쉽게 1군 승격이 좌절된 이민성 대전 감독은 “전술적으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아쉽다. 1년간 고생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최 감독에 대해선 “지금 얘기하지 못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볼보이로 나선 강원 산하 유스팀 강릉제일고 선수들이 후반에 대전이 공격할 때 공을 늦게 전달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원정이니 감수해야 하겠지만, 팬들 앞에서 그런 행동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강원 홈팬 200여 명은 짜릿한 승리의 여운이 남았는지 경기 종료 후 1시간이 지나도록 경기장 정문에서 최 감독을 기다렸다. 언론 인터뷰를 마친 최 감독은 팬들 앞에서 홀로 서서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내년에 더 좋은 팀을 만들겠다”며 고개를 숙였고, 팬들은 또다시 최 감독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강릉=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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