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강원FC… 그 뒤엔 ‘최용수의 마법’

강릉/송원형 기자 2021. 12. 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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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프로축구 강원FC 최용수 감독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대전 하나시티즌과 벌인 K리그 플레이오프(승강전)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황문기의 쐐기골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앞서 원정 1차전에서 0대1로 졌던 강원은 이날 홈에서 4대1 승리를 거둬 1·2차전 합계 4대2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승강전이 시작된 2013년 이후 1차전 패배 팀이 최종 승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강원FC의 황문기(25)가 3-1로 앞선 후반 추가 시간 쐐기골을 넣자, 강릉종합운동장을 찾은 홈팬 3700여 명은 모두 일어나 박수 치면서 “이겼다”를 외쳤다. 버스 11대를 타고 올라와 경기장 남쪽 관중석에 자리 잡은 대전 하나시티즌 원정팬 400여 명 사이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최용수(48) 강원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홈팬들은 “최용수”를 외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오른손 어퍼컷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마술사’ 최용수 감독이 이끈 강원이 기적의 드라마를 쓰며 1부 리그에 극적으로 잔류했다. K리그1(1부) 11위 팀 강원은 12일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이하 승강전) 2차전에서 K리그2(2부) 3위 팀 대전에 4대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8일 승강전 원정 1차전에서 0대1로 졌지만, 1·2차전 합계 스코어 4대2로 앞섰다. 프로축구에 승강전이 도입된 2013년 이후 1차전에서 진 팀이 최종 승자가 된 것은 올해 강원이 처음이다. 반면, 대전은 2015년 이후 7년 만의 1부 승격을 눈앞에서 놓쳤다.

최 감독은 2018년 10월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승강전 끝에 1부 잔류를 이끌어낸 데 이어 또다시 2부 강등 위기에 빠진 소속팀을 구했다. 강원은 지난달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병수(51) 전 감독을 경질하고 K리그1 우승 경험이 있는 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최 감독은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며 팀을 빠르게 정비했다. 서울과의 리그 복귀 첫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기며 11위를 확정, 팀이 최하위(12위)로 K리그2에 곧바로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최 감독은 성남FC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2대1로 이기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승강전 첫 경기에서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최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과감한 공격과 함께 “부담감을 내려놓고 신나게 뛰자”고 주문했다. 강원은 1차전과 달리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을 펼치며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6분 대전 이종현(24)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골을 허용하면서 0-1로 끌려갔지만, 강원 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반 26분 김대원(24)이 과감한 왼쪽 돌파로 대전 이지솔(22)의 자책골을 유도한 데 이어 1분 뒤엔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려 임채민(31)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전반 30분엔 한국영(31)이 골 지역 정면에서 수비수 3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4분 만에 3골을 몰아쳐 단숨에 경기를 뒤집은 강원은 후반 추가 시간 쐐기골까지 더해 4대1로 이겼다.

최 감독은 경기 후 “2018년엔 1차전에서 이겨 숨 쉴 여유가 있었다. 이번엔 1차전에서 져 더욱 피가 말랐다. 허리 싸움을 강화하는 작전이 잘 먹혀들어 이길 수 있었다”며 “내년에 전력을 보강해 파이널A(상위 6위 이내)에 오르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날 1부 리그를 놓고 맞붙은 이민성(48) 대전 감독에 대해 “팀을 잘 만들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지도자”라고 했다. 최 감독과 이 감독은 1997년 ‘도쿄대첩’ 당시 역전 결승골을 합작한 사이다. 당시 대표팀 일본 원정에서 1-1로 맞선 후반 막판 최 감독의 패스를 받은 이 감독이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라 2대1 승리를 거뒀다.

아쉽게 1군 승격이 좌절된 이민성 대전 감독은 “전술적으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아쉽다. 1년간 고생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최 감독에 대해선 “지금 얘기하지 못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볼보이로 나선 강원 산하 유스팀 강릉제일고 선수들이 후반에 대전이 공격할 때 공을 늦게 전달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원정이니 감수해야 하겠지만, 팬들 앞에서 그런 행동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강원 홈팬 200여 명은 짜릿한 승리의 여운이 남았는지 경기 종료 후 1시간이 지나도록 경기장 정문에서 최 감독을 기다렸다. 언론 인터뷰를 마친 최 감독은 팬들 앞에서 홀로 서서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내년에 더 좋은 팀을 만들겠다”며 고개를 숙였고, 팬들은 또다시 최 감독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강릉=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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