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생존 문제 남에게 의존해 목졸려선 안된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12. 1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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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급망서 배제, 코로나 장기화에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 강조
“콩·철광석·원유·천연가스 등은 中 운명과 직결된다”며 확보 지시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는 모습./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중국 공산당 연례 경제 정책 회의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라”고 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코로나 장기화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자 위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이 중국 인민들에게 위기를 강조해 내부 결속을 꾀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그는 “콩, 철광석, 원유, 천연가스, 구리, 알루미늄은 하나하나가 나라 운명과 연결돼 있다”며 전략 물자 확보도 지시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8~10일까지 베이징에서 중앙 경제 공작 회의를 개최했다. 매년 12월 개최되는 회의로 한 해 경제 운영을 평가하고 내년도 경제 정책 기조를 정하는 행사다. 시 주석 등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전원을 비롯해 중앙·지방 고위 관료, 대형 국영기업 대표 등이 참석한다.

1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앙 경제 공작 회의 첫날인 8일 회의에서 식량, 에너지 등 필수 자원 확보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식량 경작지 감소를 언급하며 “(경작지를) 양어장을 만들고 꽃과 나무를 심는다면 식량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국인은 자기 밥그릇을 자기 손에 쥐어야 하며 먹고사는 기본 생존 문제를 남에게 의존해 목이 졸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내년 경제에 대해 “수요 축소, 공급 충격, (경제의) 전망 약세라는 3대 압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 경제 운영 방향은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안정 속 성장(穩字當頭 穩中求進)”으로 정했다. “안정 속 성장”은 2011년 이후 중국 공산당의 경제 기조였지만 “안정을 최우선시하는”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연말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당(黨) 대회를 앞두고 과감한 개혁보다는 국내 경제 안정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생은행 수석 경제학자인 원빈은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2022년 경제의 하방 압력이 비교적 크다는 뜻으로 지급준비율, 금리 인하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시 주석이 강조해온 분배 위주 경제 정책인 ‘공동부유’(더불어 잘살자는 의미)의 목표와 실행 방법도 논의됐다. 다만 시 주석 본인이 “장기적, 역사적 과정”이라고 언급하며 급격히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공동부유 추진에서 불로소득자를 양산한 일부 남미 국가의 포퓰리즘이나 국민의 진취심이 멈춘 일부 복지주의 국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자본에 대한 규제, 금융·부동산 등 분야의 위험 예방을 강조해 지난해 이후 계속돼온 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는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회의를 보도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시 주석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했다. 인민일보는 12일 1면 기사에서 “중대한 고비일수록 경제 업무에 대한 당의 전면적인 지도와 시진핑 경제 사상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중국의 경제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길”이라는 한 참석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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