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치령 뉴칼레도니아, 마지막 독립 국민투표도 부결
[경향신문]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남태평양에서 세 번째로 큰 군도인 프랑스 자치령 뉴칼레도니아의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또다시 부결됐다.
12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국민 투표에서 개표가 90.23% 진행된 가운데 유권자(약 18만5000명)의 96.32%가 독립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투표율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41.6%에 그쳤다.
이번 투표는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이자 마지막 투표였다. 1·2차 투표에서 반대 여론은 각각 56.7%, 53.3%로 모두 부결됐다. 약 27만명이 거주하는 뉴칼레도니아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는 18만여명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투표가 끝난 후 “뉴칼레도니아에 전환기가 시작되고 있다”며 “이분법적 선택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공동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1853년 프랑스 식민지로 병합된 뉴칼레도니아는 1985년부터 독립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프랑스는 1988년 마티뇽 협정으로 뉴칼레도니아의 자치권을 대폭 확대했고, 1998년 누메아 협정으로 자치권을 추가로 이양했다. 뉴칼레도니아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자치를 보장받고 있지만 국방, 외교, 교육 등의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통제를 받는다. 태평양에 있는 프랑스군 기지 2곳 중 하나가 뉴칼레도니아에 있다.
이번 투표 결과 프랑스령 잔류로 가닥이 잡혔지만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원주민 카낙 공동체가 일반적으로 부유한 백인 공동체보다 독립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종적 긴장’이 악화할 수 있다고 AFP는 전했다.
앞서 독립 지지자들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자 1년간의 애도 기간을 선언하며 투표를 내년 9월로 미루자고 요구해 왔다. 뉴칼레도니아는 초기 코로나19에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지난 9월 델타 변이가 유입돼 300명가량이 숨졌다. 지지자들은 투표 결과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유엔에 투표 무효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친프랑스 단체들은 뉴칼레도니아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예정대로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해외영토부 장관은 투표 거부가 민주적 권리이지만 보이콧이 있더라도 투표 자체는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뉴칼레도니아가 독립하면 피지, 솔로몬 제도,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섬들에서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중국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뉴칼레도니아는 배터리, 휴대전화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니켈의 전 세계 매장량 중 약 10%를 보유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 금속의 최대 수출국이 바로 중국이다.
서방과 중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프랑스의 입장에서도 뉴칼레도니아의 독립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호주·영국 3개국이 지난 9월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공식 출범하면서, 프랑스는 호주와 맺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수출 계약을 파기당했다.
프랑스 국제관계 분석가인 바스티앙 반덴딕은 “프랑스의 안전 장치가 사라진다면 중국이 뉴칼레도니아에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갖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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