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보이' 이상호, 스노보드 월드컵 사상 첫 우승

베이징동계올림픽 앞두고 금메달 기대감
평창올림픽 평행 대회전 은메달
한국 설상 종목 최초 메달리스트
독일 바우마이스터 꺾고 금메달
"좋은 성적 나오도록 최선 다할것"
평행회전선 2위.. 이틀 연속 메달

배추농사가 끝난 고랭지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해 ‘배추보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이상호(26·하이원·사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메달리스트다.

비록 한국이 설상 종목의 불모지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메달’은 아니었다. 대회 직전부터 이상호는 한국의 강력한 메달 후보로 손꼽혔다. 올림픽 1년 전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시리즈에 나서 이미 한국 설상 최초의 메달을 따낸 덕분이다.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힘으로 스포츠팬들의 기대감을 이끌어냈고, 한국 스포츠의 새 역사를 이뤄냈다.

올림픽 이후 월드컵 시리즈에서 2개의 메달을 더 따낸 이상호는 지난해 초 어깨부상 수술 이후 긴 부진에 허덕였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을 향한 기대감을 되살리려면 또 한 번의 성과가 필요했다.

‘배추보이’가 이를 해냈다. 이상호는 11일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2021~2022 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알파인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슈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동안 FIS 월드컵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만 있었던 그의 첫 금메달이다. 한국 선수가 FIS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도 처음이다.

이상호(가운데)가 11일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2021~2022 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알파인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한국 설상 최초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뒤 준우승자인 슈테판 바우마이스터(왼쪽), 3위 안드레이 소블레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스노보드 알파인은 예선을 통과한 16명의 선수가 토너먼트 형식으로 스피드를 겨루는 일대일 맞대결을 벌여 우승자를 정하는 종목이다. 62명이 출전한 예선을 2위로 통과한 이상호는 16강에서 미할 노바치크(폴란드)를 0.29초 차로 제치고 8강에 안착했다. 준준결승에서 국가대표 동료 김상겸(32·하이원)을 제치고, 4강에서 미르코 펠리체티(이탈리아)가 완주에 실패하며 가볍게 결승에 오른 이상호는 바우마이스터를 만났다. 바우마이스터는 2019년 세계선수권 평행 회전과 평행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월드컵에서 한 번씩 우승을 차지한 만만치 않은 강자다.

이상호는 바우마이스터를 상대로 초반 출발에서 살짝 뒤로 처져 한때 0.45초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후반 뒷심을 발휘해 마지막 5개 기문을 남기고 역전에 성공했다. 패색이 짙은 바우마이스터가 이후 경기를 포기해 이상호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상호는 2019년 12월 이탈리아 대회 은메달 이후 월드컵에서 2년여 만에 메달을 따냈다. 여기에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평행회전에서도 결승에 진출하며 생애 첫 2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도 성공했다. 아쉽게도 결승에서 안드레아스 프로메거(오스트리아)에게 0.27초 차로 패했지만 이틀 연속 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본래 실력을 되찾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이은 호성적으로 베이징올림픽에서의 기대감도 키웠다. 2017년 한국 설상 첫 월드컵 은메달로 평창에서 온 국민의 주목 속에 레이스를 펼쳤던 것처럼 내년 베이징올림픽도 한국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