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거리·광화문통·세종로·공감의 장..늘 곁에 있어준 '광화문씨'
[경향신문]
광화문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지나는 곳이다. 인근 직장인들이 출퇴근 때마다 바쁜 걸음을 옮기고,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이 뛰노는 나들이 장소이기도 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거나 한파가 불어닥칠 때도 이곳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을 담을 수 있다. 축제가 열리기도 하며 함성이 울려퍼지기도 하는 곳, 누군가 알리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피켓 하나를 들고 찾는 곳도 광화문광장이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을 ‘육조거리’라고 불렀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길은 조선에서 가장 큰 길이었다. 육조(이·호·예·병·형·공)와 함께 의정부와 삼군부 등 주요 관청이 양옆으로 줄지어 있었다. 임금이 백성을 만나는 곳이었으며, 백성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던 소통의 공간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광화문도 수난을 당했다. 일제는 총독부 건물을 세우면서 광화문을 경복궁 동쪽으로 옮겼다. 육조거리는 광화문통이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바꿨다. 광화문통은 해방 후에야 세종로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이후 6·25전쟁과 4·19혁명, 6·10민주항쟁, 2002 한·일 월드컵,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효순 사망 추모,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 등 광화문광장은 줄곧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다. 재구조화 작업이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은 내년 상반기 시민광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광화문 월대와 해치상 복원은 2023년 하반기 완료할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지난 10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광화문광장 홈페이지(http://gwanghwamun.seoul.go.kr)에서 ‘광화문광장 온라인 아카이브 사진전-광화문씨의 오늘은 어떤가요?’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전은 광화문광장과 관련해 2000여건 자료를 보관 중인 온라인 아카이브 기록물과 2019년 광화문광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공모전 수상작 28편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광화문광장을 살아있는 존재인 ‘광화문씨’로 가정해 시대상황에 따라 그가 경험했을 감정을 4개 주제로 나눠 꾸몄다.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졌던 축제나 문화행사 현장을 담은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 역사 속 상흔과 극복 과정을 담은 ‘슬프고 애잔한 기억’, 시민들이 일상을 즐기는 모습의 ‘안온했던 날들’, 새로운 광화문광장 청사진을 담은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 등이다.
시인 4명이 참여해 각각의 주제에 맞춰 노래한 광화문광장도 만날 수 있다. 주제별로 선정한 사진을 1분 내외 영상으로 제작해 시와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다.
‘슬프고 애잔한 기억’을 맡은 권대웅 시인은 ‘이 광장에서 당신이 소망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이곳에 머물렀던 이들이여!/ 메아리들이여!/ 이쪽의 말이 옳고 저쪽의 생각을 안 믿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나뭇가지에 닿을 때 들리는 소리들을/ 믿던 혜안이 열린 이들이여! (중략) 당신이 지금 광장 여기에서 참 행복했으면 좋겠다/ 소망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맡은 신미나 시인은 ‘새 시대의 지붕을 올리자’에서 광화문광장이 미래세대에게 더 큰 지붕과 마당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묵은 마음을 벗고 새 마음을 입는 곳/ 심장으로, 뜨거운 심장으로/ 그대, 다시 광화문으로 가라 (중략)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새 시대의 지붕을 올리자/ 금강소나무 기둥처럼 우뚝 일어서자.”
금강소나무는 2007년 광화문을 복원할 때 사용했던 목재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있다. 신 시인은 “모두의 광장이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온라인 아카이브 사진전 소문내기 이벤트도 진행한다. 오는 25일까지 사진전을 방문한 후 전시영상이나 사진을 캡처해 SNS에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
사창훈 서울시 광화문광장기획반장은 “이번 사진전을 통해 언제나 묵묵히 우리 곁에 있었던 광화문광장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곧 맞이하게 될 새로운 광장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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