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론 번질라..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카드 꺼낸 이재명(종합)
당정갈등 우려에 "원칙 훼손" 내부 지적도..후속입법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세금 급등으로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의 경우 야권이 띄우고 있는 이른바 세금 폭탄론이 대선정국에서 먹힐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 때문도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12일 경북 김천 추풍령 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관련,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아이디어를 제가 내서 당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다주택자들이 종부세가 과다하게 부과돼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조금 있는 것 같다"며 "다주택자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또 일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추진도 언급했다.
그는 "지방을 다니다 보니 500만원 짜리 시골 움막을 사 놓았더니 그것도 주택으로 쳐서 2가구라고 종부세를 중과하더라며 억울하다고 하더라"며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 그런 부분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선대위 정책본부 관계자는 "모든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낮춰준다는 게 아니라 일부 억울한 케이스들이 있어 취합 중이다.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법률 해석상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들을 부분적으로 손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부와 구체적으로 논의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러한 핀셋 조정은 시행령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재산세 일부 완화 카드도 만지고 있다.
코로나19를 재난으로 간주, 부동산 재산세율을 일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재해를 당하거나 특별한 재정수요가 발생해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면 지자체장은 당해 연도에 한해 주택 등 부동산 재산세율을 50% 범위 안에서 가감할 수 있다.
민주당은 국회 행안위 주도로 지방세법을 개정, 재산세율 감면을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또한 고려하고 있다.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방세법 개정은 당론 추진까지는 아니지만 공감을 표하는 동료 의원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며 "12월 임시국회에서 어렵다면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시가 현실화 속도를 다소 늦추는 방안도 정부와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공시가 급등에 따른 당장의 세 부담 증가분을 줄이기 위해 시세별 현실화율을 지정한 정부 로드맵을 손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책위는 공지 문자를 통해 "당정은 공시가 현실화 속도조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공식적으로는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공시가 현실화로 인해 중산층과 1주택자의 재산세, 건보료가 늘어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주당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의 양도세와 종부세 완화 추진을 두고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기존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보유에 따른 일상적 부담은 늘리고 거래에 따른 일시적 부담은 줄인다는 측면에서 보면 양도세도 거래세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의 경우 정부가 명시적으로 반대해 온 만큼 당정 갈등이 또한번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각종 보유세 완화 카드가 과세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당 정체성 문제로도 비화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되레 지지층 반발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향후 관련 입법 등 후속 조치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책위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는 당분간은 논의하지 않기로 한 사안이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완화안을 처리할 때 야당 반대로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은 손보지 못했는데 다주택자는 이 공제율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 후보의 중과 유예안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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