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대북 제재..'반인권' 이유 중앙검찰소·리영길 국방상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제 인권의날인 지난 10일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와 관련된 개인 15명과 단체 10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을 지낸 리영길 국방상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번째 대북 독자 제재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대북 제재 연장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신규 제재를 부과한 적은 없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 등을 반인권 행위와 관련한 경제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리 국방상은 한국의 경찰청장 격인 사회안전상 출신이다. 재무부는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 집행을 자행하고, 이는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행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북 제재라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아닌 인권 관련 제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역대 미 행정부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했지만, 인권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권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인권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촉구해왔다. 이번 조치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제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 압박 수단으로 독자 제재와 동맹국과의 연계를 통한 국제적 압박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제재 조치는 북한 외에 중국·러시아·미얀마·방글라데시의 개인과 단체를 함께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서 중국·러시아의 협조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문제 해결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제재 조치는 한·미 간의 북한 인권에 대한 시각차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 특수성, 북핵 협상 등을 감안한 접근법을 취해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미의 대북 접근법 조율에 북한 인권 문제가 민감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도 미국의 제재 조치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도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의 산물로 전면 배격한다”고 반발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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