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주요 성수품 가격 '껑충'..겨울철 밥상물가 또 오르나

[경향신문]
배추·삼겹살·계란·소고기 등 농축수산물 가격 1년 전보다 줄줄이 올라
유가·곡물가격 강세·공급망 불안 등 영향…정부, 물가대응시스템 가동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배추, 소·돼지고기, 계란 등 설 주요 성수품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이나 설 같은 겨울철 수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 ‘밥상물가’ 오름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의 농축수산물 소비자가격 동향을 보면 배추 1포기 가격(지난 10일 기준·전국 평균)은 4246원으로 1년 전 2959원보다 43.5% 올랐다. 돼지고기(냉장 삼겹 1㎏)는 1년 전 2만1440원에서 2만7870원으로 30.0%, 소고기(한우 등심 1㎏)는 10만2410원에서 10만7380원으로 4.9% 뛰었다. 계란(30개)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같은 기간 5567원에서 6226원으로 11.8% 올랐다. 반면 사과와 배 가격(10개 기준)은 0.9%, 10.4% 감소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유가·국제 곡물 가격 강세, 공급망 불안, 기후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 등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4.4포인트로 넉 달 연속 상승하며 10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곡물 선물가격(전 분기 대비)은 올해 4분기 0.3%, 내년 1분기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2%에 그쳤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수입 곡물 가격이 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를 0.39%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는 것이다.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나 올랐다.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는 5.2%, 농축수산품 물가는 7.6% 상승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5번째로 식비 지출 비중(16.9%)이 높다. 지난 3분기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물가는 전년보다 5.0% 올랐는데, 오름폭도 크지만 가계에 미치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컸다는 의미다.

농축수산물의 고물가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경우 1~2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5.8%, 8.9% 올라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겨울철 가정 내 농식품 수요가 늘고, 오미크론 불확실성에 주춤하던 유가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등 대내외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한동안 식품물가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 설 등 겨울철 수요 증가에 대비해 이번주부터 물가 대응시스템을 가동한다. 수급안정대책반을 운영하고 마늘 1만t과 계란 3000만개 수입 등을 추진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