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패닉, 붕괴 - 찰스 킨들버거 [고승범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우리 앞에 반복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금융위기란 무엇일까. 베스트셀러 화폐금융론 교과서 저자 프레더릭 미슈킨은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 급락과 기업도산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붕괴현상”으로 정의한다. 전직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인간 본성은 도를 지나치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 자체가 주기적 금융위기를 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관련 많은 연구와 저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는 금융위기 역사서의 바이블로 평가받는다. 킨들버거는 이 책에서 1636년 네덜란드 튤립버블 이래 1720년 영국 남해회사 버블, 1920년대 미국 대공황, 1980년대 멕시코 위기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등 ‘10대 금융버블’을 다룬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신용팽창 이후 부동산·주식 시장에서 버블이 생성되었고 결국은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는 계속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hardy perennials)와 같다”고 했다. 실제로 금융위기는 반복됐다. 한국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위기가 잇따랐다.
필자는 1997년 재정경제원 서기관 시절 외환위기를 겪었다.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기업부채였다. 금융감독위원회 과장 시절 겪은 신용카드 사태, 국장 때 담당했던 저축은행 사태는 완화적 거시경제정책과 부동산 시장 과열 및 금융회사의 쏠림현상 등이 복합 작용했다.
경제·금융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그 핵심에는 항상 과도한 신용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지난 40여년을 돌이켜보면, 금융위기는 미국의 통화정책기조가 긴축적으로 전환된 뒤에 많이 발생했다. 1980년대 남미 외채위기,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그랬다.
어찌보면 2021년 말 우리는 비슷한 미국의 통화정책기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위기에 미리 대비하면 위기 자체를 방지하거나, 위기 뒤 상흔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고승범 | 금융위원장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의힘 시의원들 식당서 ‘몸싸움 난동’···집기 깨지고 난장판
- 김건희 여사, 국화꽃 들고 시청역 참사 현장 추모
- [종합] 송일국 삼둥이, 초6인데 175cm…“전교에서 가장 커” (유퀴즈)
- 32억 허공에 날렸다···개장도 못하고 철거되는 ‘장자도 흉물’
- 채 상병 특검법 국민의힘서 안철수만 찬성표···김재섭은 반대 투표
- ‘데드풀과 울버린’ 세계관 합병은 ‘마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필리버스터 때 잠든 최수진·김민전 “피곤해서···” 사과
- 동성애 불법화한 카메룬 대통령의 딸, SNS에 커밍아웃해 파장
- 원희룡 “한동훈과 윤 대통령 관계는 회복 불가···난 신뢰의 적금 있다”
- 이진숙, 5·18 왜곡글에 ‘좋아요’ 누르고…“한·일은 자유주의 동맹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