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게 등돌린 '표'퓰리즘 대선전

김윤나영 기자 2021. 12. 12. 2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이재명, 장애인·산재 제도 개선 약속 불구 차별금지법·중대재해법 미적
윤석열, ‘약자와의 동행’ 화두 앞세웠지만 연이은 반노동·반인권 발언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앞다퉈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면서도 정작 이들을 위한 법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장애인 고용 사업장을 찾고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을 만났지만, 차별금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개정은 미뤘다. ‘약자와의 동행’을 화두로 내세운 윤 후보는 반인권·반노동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 장애인 직업훈련형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체험하고 “장애인, 비장애인 차별 없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산재 사망자인 김용균씨의 3주기 추모 사진전을 관람한 후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만나 “일하러 왔다가 죽으면 되겠나”라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6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후 대선 화두로 ‘약자와의 동행’을 앞세웠다.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에서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국가는 힘든 국민을 더 촘촘히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산하에 ‘약자와의 동행위원회’를 설치하고 스스로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관련 법률 개혁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9일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이재명표 법안’에는 차별금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빠졌다. 차별금지법은 법 조항에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라는 문구를 빼야 한다는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대로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해서도 8일 “이미 입법 단계에서 논의됐던 거라 지금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지사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확실한 징벌배상법을 도입해 산재 위험 방치로 얻은 부당한 이익은 철저히 박탈해야 한다”고 한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내년 1월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데다 기업의 벌금 하한선도 없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윤 후보는 반노동·반인권적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1일엔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반대했다. 주 52시간 노동제·최저임금제는 “비현실적”이란 이유로 폐지를 시사했고, 2일 경기 안양시의 도로포장 사망사고 현장에선 “실수가 사고를 초래했다”며 산재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렸다. 차별금지법은 지난달 25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성소수자 배제 논란에도 휩싸였다. 허은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8일 JTBC 인터뷰에서 ‘약자와의 동행에 성소수자도 포함되냐’는 질문에 “성소수자가 약자인가요?”라며 “(성소수자를) 뺄지 안 뺄지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결정할 것”이라며 ‘약자감별사’ 논란을 불렀다.

오민규 노동자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두 후보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약속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이번 임시국회 내에 차별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