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무서워진 토네이도
[경향신문]
토네이도가 가장 잦은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북미 대륙이다. 해마다 1200회가량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미국 중남부는 ‘토네이도 길목’으로 불린다. 대부분 토네이도는 지속시간이 10분 미만이고, 이동거리도 4㎞ 안팎이다. 하지만 최고 시속이 500㎞를 웃도는 F5 등급의 강력한 토네이도도 출몰한다. 자동차를 하늘로 날려보낼 수 있는 위력으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다. 1925년 3월 미주리·일리노이·인디애나를 휩쓴 토네이도는 69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10일 밤(현지시간)부터 11일 오전 사이 최소 30차례의 토네이도가 켄터키와 일리노이 등 미 중·남부 6개 주를 강타했다. 켄터키에서만 70명 등 11일까지 사망자가 84명으로 집계됐다. CNN은 최종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한 토네이도는 4시간 동안 400㎞가량을 이동하면서 아칸소, 미주리, 테네시, 켄터키 등 4개 주를 휩쓸었다. 여러 토네이도가 결합한 것인지, 한 개의 토네이도가 그런 것인지를 놓고 미국 기상청이 분석하고 있다. 만약 단일 토네이도로 확인된다면 최장거리 이동 토네이도가 된다. 종전 기록은 1925년 미주리·일리노이·인디애나 3개 주를 황폐화시킨 토네이도로 그 이동거리가 352㎞였다. 종전까지 80명 이상 사망자를 낸 25개 토네이도 중 12월에 발생한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 5월이 9개로 가장 많았고, 3월과 6월 각각 7개, 4월 2개 등 주로 봄철에 집중됐다.
기후 과학자들은 이번 토네이도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것으로 의심한다. 미국의 토네이도는 멕시코만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극의 한랭건조한 공기가 만나 지표면 공기가 상공으로 올라가면서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 미 남부에선 겨울인데도 24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 따뜻한 공기가 북쪽에서 밀려온 한랭전선과 부딪쳐 만들어낸 천둥·번개가 이번 토네이도로 이어졌다는 가설이다. 기후변화와 토네이도의 연관성이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구의 기온이 올라갈수록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미 기상청이 만든 토네이도 발생 가능지역 지도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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