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수시일정 연기..교육당국 소극적 대응에 수험생 '혼란'

최예나기자 2021. 12. 12. 20: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결정 취소 소송으로 인해 성적 통지와 대입 수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많은 수험생이 혼란에 빠졌다.

10일 성적을 통지받지 못한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20번의 문제점을 수긍하면서도 정정하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일 서울 송파구 한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의 수능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점수가 공란으로 비워둔 채 배부되고 있다. /뉴스1 © News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결정 취소 소송으로 인해 성적 통지와 대입 수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많은 수험생이 혼란에 빠졌다. 10일 성적을 통지받지 못한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올해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만큼 일정 순연의 영향이 인문계열 수험생에게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 오류 지적은 지난달 18일 수능 직후부터 나왔다. 약 3주간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있었지만 교육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오류 논란 대응

이번 문제는 애초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가시험에 완벽하지 못한 문항을 출제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 이후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20번의 문제점을 수긍하면서도 정정하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 자료에서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문제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의 오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집단유전학 분야 석학인 조너선 프리처드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생명과학Ⅱ 20번에 대해 ‘수학적 모순’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 연구원의 해당 문제 풀이를 공유했는데 해당 연구원은 “터무니없이 어렵고 설정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도 언론을 통해 “해당 문제는 100% 오류”라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은 수시 일정 연기 결정 후 해당 사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피하는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 공지 지연으로 일부 수험생들이 정시 지원에 피해를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른 과목 점수는 나왔다”고 말했다. 본보가 교육부와 평가원의 수능 담당 관계자에 수차례 전화와 문자, e메일로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파악했는지 질의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 갈수록 커지는 수험생·학부모 혼란

교육당국의 부실한 대처 탓에 소송이 제기됐고, 현장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한 수험생은 “다른 학생들은 10일에 성적표를 받고 (입시기관) 모의지원 서비스에 성적 입력하고 정시 지원 대학을 가늠하는데, 나는 생명과학Ⅱ에 ‘가짜 점수’를 입력하고 있다”며 “17일 선고 이후 온라인 성적 확인 때까지 1주일을 통째로 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탐구 영역의 Ⅱ과목은 상위권대 의약학계열 등에서 필수거나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많아 최상위권 학생들의 혼란이 크다. 만약 서울행정법원이 20번 문항이 오류라고 선고할 경우 이 문제를 맞힌 수험생은 손해를 본다. 한 수험생은 “정답률 25%인 ‘킬러문항’을 맞혔고 다른 영역 점수도 좋아 최상위권 의예과에 지원할 수 있는데 전원 정답 처리되면 지원 가능 대학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초 20번 문항을 틀린 수험생도 전체 평균이 상승하면 표준점수가 떨어지므로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번 혼란이 결국 전체 수험생으로 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가 수시 충원 등록 마감일을 29일로 당초보다 하루 늦추면서 수험생들은 정시 원서접수 시작(30일) 바로 전날 밤에야 지원 대학 및 학과별 최종 모집정원을 알 수 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정시 최종 정원을 늦게 아는 만큼 합격선 예측이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자연계열 수험생이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규모도 예상하기 어려워 무척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