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형 이상이면 범죄수익 '환수' 가능

김청윤 2021. 12. 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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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개 법률 168개 조항.'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대상 범죄로 나열해 놓은 법률과 조항의 숫자다.

개정안의 핵심은 범죄수익 환수 대상 범죄를 '나열식'이 아닌 장기 3년 이상 범죄면 전부 대상으로 삼는 '기준식'으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상 죄명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168개 조항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돼야 환수 조치에 착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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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20년 만에 전면 개정
과거 168개 조항에만 국한 환수
법정형 기준으로 범죄대상 늘려
부당 이득 경제범죄 대부분 해당
LH 투기 범죄는 '2년형'도 몰수
판결 전 범인 도주 땐 몰수 차질
'독립몰수제' 추가 입법 목소리도
‘56개 법률 168개 조항.’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대상 범죄로 나열해 놓은 법률과 조항의 숫자다. 이들 조항이 법전에 깨알처럼 빼곡히 나열된 탓에 검사들도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 혐의 하나하나가 범죄수익 환수 대상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범죄자가 막대한 수익을 얻은 사실을 규명해도 이 법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허점을 노출해왔다.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지는 조처가 반복된 배경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1년 이 법이 시행된 지 약 20년 만이다. 범죄수익 환수의 외연이 획기적으로 넓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20명, 찬성 217명, 반대 0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범죄수익 환수의 대상이 되는 범죄를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모든 죄’로 규정했다. 여기서 장기 3년 이상의 징역, 금고는 법원 선고형이 아닌 법률상 법정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범죄수익 환수 대상 범죄를 ‘나열식’이 아닌 장기 3년 이상 범죄면 전부 대상으로 삼는 ‘기준식’으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상 죄명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168개 조항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돼야 환수 조치에 착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형에 관계 없이 법정형이 최고 3년 이상 징역형으로 규정된 범죄라면 수사단계부터 몰수·추징 보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부당 이득의 규모가 커 사회적 비난이 예상되는 경제범죄는 대부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법정형이 장기 3년 이하의 범죄라도 기존 법상 범죄수익환수 대상인 범죄는 그대로 남겼다. 자칫 법 개정으로 법 적용 현장이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28조(LH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한 범죄)는 법정형이 장기 2년임에도 환수 대상 범죄에 포함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독립몰수제’를 추가로 입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은 법원이 최종 유죄판결을 내려야 환수에 돌입할 수 있다. 이 사이 범죄자가 해외로 도주하거나 사망하는 등의 변수가 생기면, 범죄수익을 동결했다고 해도 결국 환수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독일, 호주 등 선진국은 독립몰수제를 시행 중이다.
사진=남정탁 기자
이런 사정 등으로 검찰의 환수 실적은 제자리걸음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의 몰수·추징 보전 금액은 2017년 5491억원에서 범죄수익환수부 신설 이후인 지난해 2조917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집행을 완료해 범죄수익을 국고로 귀속한 최종 범죄수익은 2017년 1390억원에서 지난해 1476억원으로 차이가 없다. 독립몰수제 관련 법안이 여러 번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천문학적 부당 이득을 뜯어낸 범죄자는 교도소에 보내는 인신구속보다 범죄로 벌어들인 돈을 뺏는 것이 진정한 단죄라는 국민적 인식이 확립된 지 오래”라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으로 환수의 외연을 넓힌 만큼 실질적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독립몰수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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