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첫 만남 설레.. 아름다운 동화 펼칠게요"

박성준 2021. 12. 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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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새 수석무용수 부부
헝가리 국립발레단 등서 활약
체프라소바·디아츠코프 부부
18일부터 '호두까기 인형' 공연
"꿈과 희망·사랑에 대한 작품
어려운 시기 관객에 희망 되길"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18일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호두까기인형’ 공연에서 클라라와 인형 나라 왕자로 국내 무대에 데뷔하는 헝가리 국립발레단 출신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부부.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찬 바람을 뚫고 무용수 한 쌍이 먼 곳에서 날아와 우리나라 발레 무대에 둥지를 틀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18일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호두까기인형’ 공연에서 국내 무대에 데뷔하는 헝가리 국립발레단 출신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부부다.

체프라소바는 발레 세계 엘리트 코스인 바가노바 발레학교와 키예프 안무학교를 졸업한 발레리나. 바가노바 출신 중에서도 우등생만 입단 가능한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한 후 세계 여러 발레단에서 활약했다. 디아츠코프 역시 신흥 발레 명문 러시아 페름 안무 전문학교 출신으로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한 기대주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낯선 한국으로 올 결심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체프라코바는 “항상 아시아 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 분위기에 꼭 한번 뛰어들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마침 남편 드미트리 스승을 통해서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새로운 수석무용수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언어, 문화 등 여러 환경이 달라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그런데도 정말 매력적인 제안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발레단과 동료 도움으로 정말 잘 적응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낯선 타국 생활과 새 발레단 적응은 무용수 부부에게 큰 도전일 수밖에 없다. 체프라소바는 “처음엔 진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무용수와 직원들이 우리에게 매 순간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간 경험을 전했다.

여러 경력 중에서도 2010년대 중반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갈등 관계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활동했던 디아츠코프와 체프라소바의 만남은 극적이다. 무력분쟁 끝에 크림반도가 러시아로 편입됐던 2014년 우크라이나국립발레단원이었던 체프라소바는 안전을 위해 급히 모스크바로 돌아와야 했다. 잠시 머물렀던 셰어하우스에는 마침 디아츠코프가 이웃으로 살고 있었다. 디아츠코프는 모스크바에서 볼쇼이발레단에 버금가는 전통과 명성을 지닌 스타니슬랍스키-네미로비치 단첸코 극장 소속 무용수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모스크바 숙소는 한 층에 방이 3개 있고 공유공간으로 거실과 부엌이 있는 공간이었어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일종의 셰어하우스였는데, 리자(체프라소바)가 같은 층을 사용하는 이웃이 된 거죠. 마침 방 1개는 비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둘이 얘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다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혼은 2017년 8월에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소중한 네 살 아들이 있습니다.”

눈앞으로 다가온 이들의 국내 데뷔작은 ‘호두까기인형’. 아름다운 차이콥스키 음악을 배경으로 환상세계에서 펼쳐지는 무희들의 춤은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발레 최고 인기 작품이다. 특히 이번 ‘호두까기인형’은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열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바실리 바이노넨의 버전을 기반으로 하는데 주인공 클라라 배역은 1막에서 아역 무용수를, 1막 후반에 성인 무용수를 등장시킨다. 체프라소바 역시 클라라로 우리나라 발레 팬을 처음 만난다.

“저는 클라라 역을 다양한 버전으로 많은 프로덕션에서 춰봤습니다. 이 작품이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한 가지죠! 바로 기적을 믿는 것! 결국 ‘호두까기인형’은 꿈과 희망과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동화 속 판타지를 상상하는 어린 소녀가 어떻게 기적을 꿈꾸고 믿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바로 그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 디아츠코프 역시 호두까기 인형으로 묶여 있어야 했던 저주가 클라라의 사랑으로 풀려 생쥐대왕을 물리치는 인형 나라의 왕자로 무대에 선다. “저는 무대에서 저 자신을 완벽하게 숨깁니다. 제가 아닌 맡은 캐릭터의 본질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무대 위에서만큼은 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방출시켜서 최선의 연기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죠! 관객과 교감하는 것이 제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저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저 또한 관객의 감정을 느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관객도 완벽한 공연을 위한 일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관객과 첫 만남이라는 설레면서 긴장되는 순간을 앞둔 두 무용수는 “신나면서도 긴장된다”며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무엇보다 우리가 무대를 즐기면서 관객이 이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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