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론 재점화했는데, 여야 '특검 동상이몽' 여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여야의 특별검사(특검) 줄다리기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가 극적으로 특검에 합의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대선 전에 결과를 받아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극단적인 선택(자살)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특검론에 다시 한 번 군불을 떼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동상이몽'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공격의 키는 민주당이 먼저 잡았다. 민주당은 12일 윤 후보를 향해 "더 이상 특검을 피해 도망치지 말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에 윤 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의혹까지 포함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대장동 사건의 성역없는 특검을 주장해왔다"면서 "대장동 사건의 뿌리인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와 부실수사, 그리고 50억 클럽을 비롯한 돈 받은 자들에 대해 명명백백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조 원내대변인은 "대장동 특검의 수사범위는 비리의 시작인 윤 후보가 당시 담당 검사였던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와 부실수사에서부터 비리의 결말인 50억 클럽을 비롯한 돈 받은 자들에 대한 수사까지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병선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윤 후보가 뒤늦었지만 화천대유의 시작점인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를 특검의 수사범위에 포함하자는 데 동의했다"며 "특검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수사에 어떤 성역도, 치외법권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이 후보가 유 전 본부장 사망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꺾고 있지 않는 영향이 크다. 이 후보는 전날인 11일 대구·경북 순회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관계자인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다시 이 후보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으니, 특검 카드로 윤 후보에게 화살을 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 역시 특검에 정공법으로 응수했다. 윤 후보는 강원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하자고 이야기한 게 언제냐"라며 "(특검을) 하려면 180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에서 야당과 특검법 협상에 빨리 들어가든지 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여야가 모두 특검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특검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여야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당은 상설특검법을 준용해 대장동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상설특검과 별개로 대장동 특검을 설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은 최대한 신속히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의혹을 파고들어야 대장동 특혜 의혹의 무게추가 야당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만큼 수사범위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설특검법대로 하면 특검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4명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 추천하고,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을 당연직으로 넣는다. 반면 야당에서는 윤 후보와 달리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의혹을 특검 대상으로 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물타기'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특검 추천위에 대해서도 상설특검법을 따르지 않고 대한변협이 특검 후보를 4배수 추천한 뒤 여야 교섭단체 합의로 2명으로 압축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자고 요청했다. 수사기간도 상설특검법은 60일 수사에 30일 연장하도록 하고 있으나 야당은 70일 수사에 30일 연장하도록 했다.
여야의 '네탓' 공방이 길어지고 협상도 지지부진한 탓에 유권자들은 특검이 여야 유력후보의 도덕적 검증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 당장 특검법을 만들고 수사를 시작한다 해도 결국 대선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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