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영끌빚투'] 서울 아파트 '현금부자' 잔치판.. 주택 '양극화'만 낳았다

박상길 2021. 12. 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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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최고가 거래 잇따라
'노도강·금관구'는 하향 안정세
대치 은마, 역대 최고 28억 팔려
상계 벽산, 고점보다 낮게 거래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연합뉴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9억원이 넘는 서울 고가 아파트는 거래가 더 늘고 중저가 아파트 거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속에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하락세도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2030세대는 '영끌빚투'(영혼까지 끌어모은 빚투자)로 추격매입을 한 상황이다. 이들 2030 영끌빚투족이 부실의 벼랑 끝에 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올해 8월 이후 11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건수는 이날 기준 1만489건으로 직전 4개월(4∼7월) 1만7663건과 비교해 7000건 이상 줄었다. 11월 계약 물건은 아직 이달 말까지 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거래량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되고 중저가 아파트 거래는 줄었다. 올해 8∼11월 9억원 초과 실거래가 신고 건수는 현재까지 5086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48.5%에 달했는데 올해 4∼7월 신고된 9억원 초과 비중 41.9%(7409건)보다 6.8% 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아예 대출이 안 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도 18.0%에 달해 대출 규제 강화 직전의 15.9%보다 2% 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30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올해 8∼11월 2.7%(278건)로, 직전 4개월(4∼7월)의 2.4%(429건)보다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4∼7월 58.1%에서 8∼11월 51.5%로, 대출 규제가 없는 6억원 이하 비중은 28%에서 24.3%로 각각 줄었다.

부동산 업계는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면서 애초 대출 규제가 강한 9억원 초과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0.07%)·도봉구(0.07%)·강북구(0.01%) 등 '노도강' 지역과 금천구(0.04%)·관악구(0.01%)·구로구(0.12%) 등 '금관구'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초구(0.17%)·강남구(0.14%)·송파구(0.14%) 등 '강남 3구'보다 낮았다. 대출 규제에 민감한 비강남권이 더 먼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강남권에서는 거래 위축 속 최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5일 45억원에 거래됐는데, 기존 최고가인 42억원보다 3억원 높은 신고가로 3.3㎡당 가격이 1억3200만원에 달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5일 역대 최고가인 28억2000만원에 팔렸다. 반면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전용 46㎡는 최근 올해 9월 고점(5억7750만원) 대비 7750만원 낮은 5억원에 계약됐고, 상계주공4(고층) 전용 58㎡는 지난달 12일 올해 7월 고점(8억1500만원)보다 6000만원 낮은 7억4700만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에다 보유세 부담까지 커져 시장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초고가-중저가 양극화와 관련된 일반적인 패턴을 찾긴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이기 때문에 9억원 초과∼12억원 미만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다른 가격대의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보다는 아직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내년 1월 대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당분간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에 따른 고가 아파트로 거래 증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가격 학습 효과 때문에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고가 아파트로 몰리는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적 반성과 함께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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