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공시가격 현실화', 민주당 '보유세 후퇴' 끝이 없다

한겨레 2021. 12. 1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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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대체 부동산 보유세를 어디까지 후퇴시키려고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런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가까스로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는 집값에 다시 불을 붙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서 집값 안정과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시세의 70% 수준(아파트 등 공동주택 기준)인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9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9억∼15억원은 2027년까지, 15억원 이상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재산세와 종부세 같은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시가보다 크게 낮은 탓에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인상’이 아니라 ‘정상화’인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겹치면 보유세 부담이 커져 대선 득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공시가격 현실화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1가구 1주택 보유세는 여러 민원들이 많이 들어와서 검토하고 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율 순연도 논의되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는 정해져 있으니 그것에 맞춰 내라는 사고방식은 옳지 않다”고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은 법 개정이 필요 없고 정부의 결정만으로 가능하다. 공시가격은 매년 3월 발표되는데 민주당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 일정을 대선 뒤로 1년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심해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시가 약 13억원)에서 11억원(약 16억원)으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지난 8월31일 국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고가 주택 보유자 상당수가 종부세를 면제·감면받았다.

공시가격이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집값이 폭등한 탓이다. 보유세 강화와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킬 방안을 강구해야지 보수야당과 언론의 ‘세금 폭탄론’이 무서워 보유세 강화 기조에 역행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다. <한겨레>가 윤영훈 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에 의뢰해 ‘주요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비교한 결과, 2020년 0.17%로 미국(0.95%), 영국(0.79%, 이상 2019년 기준), 캐나다(0.79%), 프랑스(0.42%, 이상 2020년 기준)보다 훨씬 낮다. 낮은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투기와 가수요, 소득 대비 지나치게 비싼 집값, 자산 불평등 등의 원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2020년 주택 소유 통계 결과’를 보면, 상위 10% 계층의 평균 주택 자산 가액이 13억900만원으로 하위 10% 계층 2800만원의 47배에 이른다. 2016년 33.8배에서 껑충 뛰었다.

만약 중저가 주택까지 보유세가 급격히 오르는 게 부담이 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으로 재산세를 50% 범위 안에서 깍아주거나 재산세율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 실제로 지난해 중저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재산세법을 개정해 올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재산세 부담이 되레 낮아졌다. 전국 공통주택의 92.1%, 서울은 70.6%가 해당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집값 폭등에 대해 사과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만회할 시간이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확실히 임기 마지막까지 찾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에서 집값을 잡는 데 비록 실패했지만 집값 안정을 위한 기반만큼은 반드시 구축해 다음 정부에 넘겨주겠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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