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몽니..현대重·대우조선 합병 제동

이유섭 2021. 12. 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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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EU 승인 거부 예상"
합병으로 조선사 재편되면
독점 커질 것 명분 내세워
전문가 "속내는 자국산업 보호"
조선업계 "조건없이 합병 승인"
산업銀, 최악 상황도 대비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인 이른바 '조선 빅딜'이 3년 표류 끝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조선업 시황이 2019년 초 합병 결정 당시와 크게 달라지면서 유럽연합(EU) 등 경쟁국 입장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물류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선박 건조 발주량이 늘고 있고, 특히 친환경 트렌드를 바탕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LNG선 수주를 독식하다시피 하자, 경쟁국 측에서 이를 핑계로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 조선업계 분석이다.

12일 로이터통신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구제조치(Remedies)를 제출하지 않은 후, EU의 반(反)독점당국이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거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외신은 "인수가 성사될 경우 세계 조선 시장이 '빅3'에서 '빅2'로 재편될 것을 EU 집행위원회가 우려하고 있다"며 "LNG 운반선 시장의 독점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2019년 말부터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번이나 유예하다가 지난달 말에야 재개한 바 있다. 심사 기한은 내년 1월 20일까지다.

EU 측은 LNG선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이에 대한 시정 조치를 한국조선해양 측에 계속 요구해왔다. 한국조선해양은 EU 측 우려를 불식하려 건조 기술 이전 등의 조건을 제시했으나, EU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국조선해양은 EU 집행위의 구제조치 제출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 7일까지 세부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한국에서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올해 본격화된 세계 조선업 활황과 관련이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전 세계 누계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8% 많아진 4507만CGT에 달한다.

이 중 38%(1696만CGT·397척)를 한국이 수주해 중국(4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형 LNG선 발주는 작년보다 119% 늘어난 63척에 달했는데, 국내 조선사들이 거의 싹쓸이 수주를 하고 있다. 그러자 경쟁법이 가장 발달한 데다 지역 내 선주들 로비도 만만치 않은 EU에서 'LNG선 독점'이란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전문가들은 EU 경쟁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경쟁 논리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EU의 결정은 경쟁법에 의거한 것이 아닌, 자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도 "조선 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는 게 불가하고, 특정 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며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과 마찬가지로 EU 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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