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지상파, 어린이 유튜버에 추월당할라

2021. 12. 12.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성익 ETRI 책임연구원 IEEE 펠로우(석학회원)
박성익 ETRI 책임연구원 IEEE 펠로우(석학회원)

2017년 5월부터 국내에서 수도권을 시작으로 북미지상파표준위원회(ATSC) 3.0 기반의 지상파 UHD 본방송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ATSC 3.0이란, 인터넷 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한 2세대 디지털 방송표준이다. 최신 기술들이 집약돼 다채널·모바일·양방향·재난 서비스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4G·5G·와이파이 등과 같은 최신 기술과도 쉽게 호환이 가능하다. 이렇게 우수한 ATSC 3.0 기반 UHD 방송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의 UHD 방송은 IPTV나 넷플릭스, 유튜브 등과 같은 플랫폼 기반 방송과 대비해 볼때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는 ATSC 3.0 기반 2세대 디지털 방송을 우리나라보다 한참 늦은 2020년부터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수도 최대 30%에 육박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ATSC 3.0이라는 같은 기술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UHD의 제작이나 편집, 송출, 방송망 관리 등 본방송을 먼저 시작함으로써 더 많은 노하우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처지는 데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ATSC 3.0이란 기술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ATSC 3.0 기술이란, 기존 HD급 화질을 UHD급 화질로 향상시키기 위한, 즉 좀 더 나은 화질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봐왔다. 반면, 미국에서는 ATSC 3.0을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거대 플랫폼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방송 플랫폼'으로 인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대다수 미국 방송사는 UHD와 같은 좀 더 나은 화질 제공보다는 다채널, 모바일, 양방향, 데이터 캐스팅(data casting), 통신과의 융합 등 방송 고유한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아울러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 대비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싱클레어 방송그룹은 '모바일 퍼스트'란 기치 아래, 인도 및 중국 제조사와 함께 ATSC 3.0 신호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규사업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방송사들은 자국의 넓은 영토의 99%에 방송 신호가 모두 도달한다는 특징을 잘 살려,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차량에 최적화된 콘텐츠, 펌웨어 업데이트 및 재난경보 등 다양한 신규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 KBS는 지난 도쿄 올림픽기간 동안 다채널, 모바일, 양방향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제공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MBC도 지상파 방송망을 통해 센티미터(cm)급 정밀도를 제공할 수 있는 '방송기반 실시간 정밀측위보정(RTK, Real-Time Kinematic)' 기술을 상용화해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ATSC 3.0 모바일 방송 기반 RTK 서비스는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갖는 분야이다. 향후 본 기술은 자율주행차는 물론 드론이나 선박, 항만 및 물류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플랫폼 관점에서 방송사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가 새로운 서비스로 발돋움하는 것 같아 필자는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뼈를 깎는 노력이 없다면 언제든 어린이 유튜버의 매출에 추월당할지 모른다. 시청자 또한 고정채널로만 여겨졌던 지상파의 익숙한 번호를 순식간에 바꿀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방송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침체된 지상파 방송도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