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충격·황당·실소, 강원랜드 비하인드 스토리

박영서 2021. 12. 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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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28일은 강원도 폐광촌과 국내 카지노 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쓴 날이었다.

정선군 고한읍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백운산에 자리잡은 강원랜드 스몰카지노는 이날 오후 3시가 개장 시간이었지만 이미 수백명의 사람들이 좋은 차리를 차지하거나 베팅의 '짜릿한' 손맛을 보기위해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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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이야기 홍춘봉 지음 / 지식과감성 펴냄

2000년 10월 28일은 강원도 폐광촌과 국내 카지노 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쓴 날이었다. 정선군 고한읍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백운산에 자리잡은 강원랜드 스몰카지노는 이날 오후 3시가 개장 시간이었지만 이미 수백명의 사람들이 좋은 차리를 차지하거나 베팅의 '짜릿한' 손맛을 보기위해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이후 폐광촌은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 천지개벽하면서 '황금알로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이 탓일까. 개장 운영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원랜드에 깃든 사연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책은 장막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관련자들의 증언과 진술을 통해 재현했다. 저자는 '이제는 말하고 싶은'이라는 제하로 모든 것을 기록했다. 책은 그동안 알지못했던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강원랜드 VIP룸에서 벌어졌던 꽁지(사채업자)와 VIP 고객들의 요지경 같은 이야기와 특별한 사건들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50대 여성 일당의 황당한 사기행각은 실소를 자아낸다. 그들은 자신들의 뒷배경으로 당시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YS 차남 김현철 씨를 거론하면서 수십경원 규모의 미국 국무부 채권으로 강원랜드를 접수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장교 출신의 한 도박중독자는 강원랜드 카지노를 폐쇄하지 않는다고 이명박 대통령 암살 구상을 실행하려다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중국인 타짜들이 사기도박으로 강원랜드 VIP룸에서 불과 7시간여 만에 17억원을 딴 이야기는 '부러움'을 산다. 당시 강원랜드는 중국인들이 사기게임에 이용했던 방법을 밝혀내지 못했다.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2008년 9월에는 강원랜드 환전팀 여직원이 100만원권 수표 84장(총 84억원)을 퇴근하면서 팬티 속에 은밀히 숨겨 반출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의 '아라비안 나이트' 강원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독자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는 데 놀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강원랜드 출입기자로, 지난 20여년간 카지노 전문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 프레시안 강원지역본부 취재기자로 활동 중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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