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대통령의 당선 조건과 노동개혁

2021. 12. 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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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일자리연대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일자리연대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내년 대통령 선거도 2030 청년층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예상보다 크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2030이 선거 구도를 개혁과 반개혁으로 보고 막판에 오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책개혁을 내세웠고 반면, 박 후보는 노동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현금 지원으로 달래는데 주력했다.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2030은 누구를 선택할지 아직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의 대통령 후보는 모두 2030에 친근감을 보이는 행보만 할 뿐 이들을 위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2030은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지만 취업은 가장 어렵고, 비정규직의 굴레에 빠져 빈곤화되는 세대다. 따라서 취업의 장벽을 낮추고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노동 개혁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보인다.

청년의 요구대로 노동 개혁을 할 것인가를 놓고 여야 후보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여념이 없는 노동계의 요구에 손을 들어주었다.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타임오프제를 실시한다며 법을 당장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일반 사람에게 생소한 제도이지만 내용을 알면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노동이사제는 조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사람을 이사로 포함시키는 것이고, 타임오프제는 업무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의 일을 해도 사업주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정규직·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노동조합 전임자의 특권은 강화되어 왔기에 청년들에게는 기득권의 장벽을 더 높이는 제도다.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가 도입되면 민간 대기업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 후보의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고용 확대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청년들은 처음에는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뀐다고 문 대통령을 환호했지만 실망으로 바뀌었다.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은 늘었고, 재정은 악화되고 세금만 늘었다는 것을 뒤늦게 감지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해고된 직원이 노동조합 간부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슬며시 바꾸었다. 법으로 금지된 정치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전교조 교사의 복귀를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기에 전교조를 아는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요구는 더 커졌다.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확대정책으로 노동조합의 조직이 늘어난데 이어 이 후보의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을 무소불위하게 만들 것이다.

국민은 이 후보에게 묻는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고임금에다 철밥통 일자리를 지키는 공공부문 조합원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을 노동조합의 손에 맡겨도 되는지를 청년은 이 후보에게 묻는다. 공공기관의 급여가 직무와 성과에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가고, 게으름을 피워도 걱정하지 않고 시간만 지나면 승진을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를 말이다.

우리나라는 공공부문의 노동조합 조직율이 70% 정도로 민간부문보다 7배 높다. 다른 나라는 차이가 평균 2배 정도다. 민간기업 대비 공무원 및 교사의 급여와 휴가 등 근로조건은 우리나라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에서 최상위권이다. 공기업의 급여는 민간 대기업보다 높다. 하지만 공기업의 50% 정도는 적자이고, 적자 공기업도 성과급을 주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의 부채 비율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2배 많다.

노동시장의 모순을 깬다는 약속 없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다. 희귀한 일자리가 되어버린 대기업의 노동조합 조직율은 1,000인 이상이면 70%를 넘고, 30인 미만이면 0%에 가깝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율 차이는 10배 이상 난다. 다른 나라는 비정규직도 정규직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면서 대기업·정규직·조합원은 중소기업·비정규직·비조합원 보다 임금이 3배 가까이 많고, 신입사원과 30년 이상 고참 사원의 임금 격차는 4배를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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