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직하느니 배민 뛴다..배달파트너 등록, 올들어 2배로
'국민 부업' 쿠팡 알바도 급증
◆ MZ 세대 '긱워커' 바람 ◆
특정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만 일하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성향과 코로나19발 비대면 경제 성장이 맞물리면서 플랫폼을 통한 긱 노동자(Gig Worker) 근로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 택배 등 일부 직종에 해당하던 긱 노동은 플랫폼 바람을 타고 마케팅, 디자인, 개발, 설계 등 전문적인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12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배민의 일반인 음식배달서비스 '배민커넥트' 근로자 수는 1년 새 1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민커넥트 파트너인 배민커넥터 수는 1만명이었는데, 올해 10월 기준으로 2만명까지 증가했다.
자기 차량을 이용해 30~50개의 상품을 배송하며 일명 '국민 부업'으로 이름 붙고 있는 쿠팡의 일반인 상품배송 서비스 '쿠팡 플렉스' 가입자 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폭증했고, 지난해 말 기준 10만여 명이 가입했다.
플랫폼을 통한 긱 노동자의 증가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1월 발간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8.5%인 약 220만명으로 조사됐다.
■ <용어 설명>
▷긱 노동자(Gig Worker) :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거나 일회성 일을 맡는 초단기 근로자를 뜻한다.
[홍성용 기자 / 강민호 기자]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고용시장 변화
구직 인력 몰리는 플랫폼
일주일마다 수당 받아 장점
"3시간 일해 5만~6만원 벌어"
정규직 제조현장은 구인난
휴일수당 줘도 젊은세대 외면
"로봇자동화 사활 걸 수밖에"
유씨는 "내가 원하는 시간을 골라 하고 싶은 만큼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벅차고, 감염병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에는 다시 뛰어들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풀타임 정규직 근로 대신 파트타임 방식의 계약직 초단기 근로인 '긱노동'이 MZ세대의 새로운 근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상품 배송과 음식 배달 등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초단기 근로자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악화에서 비롯한 경제적 현상이 아닌, 내가 원할 때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반면 풀타임 근로 중심으로 직원을 뽑아왔던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체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역현상이 벌어지면서 인력 대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쿠팡이 운영 중인 서비스인 쿠팡플렉스는 대표적인 '긱노동' 사례다. 쿠팡플렉스는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자차를 이용해 쿠팡에 주문된 상품을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송하는 아르바이트로, 일반인들이 직접 동네 배달원 역할을 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하루 평균 1만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쿠팡플렉스를 뛰는 A씨는 "특정한 날에 상품을 몇 개 배달할 것인지 본인이 정할 수 있다. 물량은 매일 달라질 수 있지만, 개당 1000~3000원에 달하는 상품 20개는 한 시간이면 거뜬히 돈다"고 밝혔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란 모토를 내건 배달의민족의 일반인 음식 배달 서비스 '배민커넥트'에도 사람이 몰린다. 스마트폰을 가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차,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노동의 빈도와 강도를 모두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배민커넥트는 일주일 단위로 정산이 이뤄지는데 시간당 평균 수입은 1만5000원이다. 배민커넥터로 1년간 활동해온 B씨는 "비 오는 날 등 날씨가 안 좋은 날을 공략하면 수입이 확 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긱노동이 가능한 것은 기존에 인간이 수행하던 업무 영역인 택배 분류, 배송 물량 조절, 배차 등을 모두 인공지능(AI)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원으로 활동하면 AI가 현재 나의 위치와 이동수단을 고려해 배달 주문을 배정하고, 앞선 주문과 다음 주문 사이 간격까지 고려해낸다.
반면 외식사업을 펼치는 기존 기업들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종합식품기업 C사는 최근 출시한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해 인력 모집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공고를 계속 내고 있지만 사람이 안 온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요즘 2030세대가 생산 쪽에서 일하는 것을 고된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고, 휴일 근무 때 수당을 더 준다고 해도 쉬겠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제조업체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긱노동이 가능한 쿠팡 물류센터가 생기는 지역에서는 이곳에서 현지 인력을 모두 흡수하는 현상이 벌어지며 구인난을 겪는 업체가 늘었다. 쿠팡은 충청북도 음성 3만여 평 용지에 1만9000평 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새로 인력을 뽑았는데, 같은 지역에 있는 CJ푸드빌 제빵공장은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서 로봇 자동화에 사활을 거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탤런트뱅크, 크몽, 숨고 등 인력 매칭 스타트업의 성장은 긱노동 문화를 더욱 일반화시키고 있다. 지식산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기업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탤런트뱅크'의 의뢰 건수는 2019년 368건에서 지난해 876건으로 급등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22건을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지난해 의뢰 건수의 70%를 달성했다.
편집, 개발, 디자인, 설계 등 프리랜서 전문가의 재능과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크몽'도 인기다. 크몽의 올 3분기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47%가량 뛰었다. 특히 크몽의 기업과 프리랜서를 이어주는 서비스인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고객 수가 92% 뛰어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생활서비스 분야에서 인력을 매칭해주는 서비스 '숨고'도 최근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숨고에서 발송된 누적 견적 수(해당 분야 전문가가 고객에게 가격을 제안한 수)는 3752만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3.06% 증가했다. 숨고 측은 올해 말까지 430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숨고에 등록한 인력 수는 79만명으로 올해에만 약 30만명이 신규로 등록했다.
[홍성용 기자 / 진영화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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