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줄타기'하는 이재명·윤석열, 당선되면 국정운영 잘할까? [Special Report]
◆ SPECIAL REPORT : 대선 후보 '불안한' 리더십 ◆
제1 야당 후보는 후보 확정 후 한 달이란 시간을 선거 조직 꾸리는 데 써버렸다. 새로운 사람을 뽑기 위해 그런 것도 아니다. 승리 경험이 풍부한 한 인물에게 전권을 줄 거냐 말 거냐, 경선 때 도왔던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냐가 문제였다. 당대표가 지역을 돌며 벼랑 끝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타협한다. 후보의 완패다, 대표의 완승이다 등 소리가 따라왔다. 결단의 결과인지 미숙함의 결과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가뜩이나 '불안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여야 후보들인데 더욱 불안해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본·부·장' 의혹을 받는다. 본인·부인·장모 관련 사안인데 수사 선상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발 사주 의혹이다. 부인과 관련해서는 주가 조작 관여 의혹과 검찰이 일부 무혐의 판단을 했지만 부인 회사의 협찬 의혹이 있다. 장모의 경우 부동산 관련 사안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 부인의 '등판'이 과연 도움이 되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모습 탓일까.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다. 리서치앤리서치·채널A 조사(11월 27~29일·1008명 대상)에서 파악된 비호감도가 이 후보는 51.4%, 윤 후보는 51.3%다. 두 후보가 비슷하고 과반이다. 다른 조사에 비해선 그나마 낮다. 이 조사에선 비호감 이유도 파악됐는데 '인물·능력·도덕성 때문'이란 응답이 이 후보 67.8%, 윤 후보 58.2%였다. 개인적인 사안이 비호감의 주된 배경이다.
불안함은 다른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대선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보다 낮다. 한국갤럽 조사(12월 1주, 11월 30일~12월 2일, 1000명 대상)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6%다. 이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8%다. 떠오르는 권력인 여당 대선후보가 임기 말 대통령보다 지지율에서 뒤지는 거다. 그나마 이전보다 격차가 줄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엄청나게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윤 후보도 매한가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이 이 후보와 같은 36%. 그런데 이 조사에선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53%로 정권 유지를 원한다는 응답(36%)을 압도했다. 정권 교체를 줄기차게 외쳐온 윤 후보인데, 막상 지지율은 정권 교체 여론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 요즘은 두 후보에게서 다른 차원의 불안함이 보인다. 그동안 개인적인 사안에서 비롯된 불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집권 이후 국정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불안함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권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 후보의 정책은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기본소득이 있고 그 재원과 연관된 국토보유세다. 또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소신'으로 꼽혀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있다. 많은 국민이 이 세 정책에 대해 들으면 곧바로 '이재명'을 떠올린다.
그런데 강력히 주장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얼마 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주장이 잦아들었다. 이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는 어럽다" 등 입장을 냈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도 "국민을 설득하고 토론하되 국민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강한 의지를 보인 것과는 결이 다르다. 국토보유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철회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오자 여기에 영합한 것, 혹은 여론에 맞춰 즉흥적인 입장을 낸 것이 아닌가.
그러던 중 지난 7일 이 후보는 대학 특강에서 '반대 여론이 높아지니 철회했다. 국민 반대가 높지만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철회한 일이 없다. 이건 철회가 아니고 기본적인 원리를 말한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또다시 말의 결이 달라졌다. 혼란스럽다.
국민 뜻을 따르는 유연함이고 실용이라는 민주당의 설명에도 일관성이 없다는 이미지를 준다. 치밀한 검토 없이 주장했다가 여론의 반대가 크다고, 표을 얻는 데 불리하다고 뒤집는 걸로 보인다. 영합 혹은 즉흥이 아니냐는 거다.
한 달째 이어졌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갈등과 그 이후 윤 후보의 모습에서도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에 난항을 겪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 논란 속에 이준석 대표가 초유의 당무 파업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윤 후보는 "잘 모르겠다. 후보로서 내 역할을 하는 것 뿐"이란 반응을 보였다.
대선후보로 확정돼 '컨벤션 효과'를 누리던 기간에 인선과 정책 비전을 통해 유권자에게 호소해야 했지만, 선대위 구성을 놓고 요란한 소음만 만들었다. 개문발차, 당대표 패싱, 문고리 등 부정적 표현이 언론 기사에 등장했고, 윤 후보의 리더십 부재를 질타하는 소리가 나왔다.
극적으로 내홍이 해결돼 결국 김종인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고 이준석 대표도 정상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 5일 윤 후보는 SNS에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저의 리더십"이라고 밝혔다. 지지율 하락 속에 한 달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신중했다'는 것을 강조한 듯하다. 앞서 4일에는 부산에서 이 대표와 빨간 후드티를 입고 시민들과 만난 뒤 "이런 옷을 입고 뛰라면 뛰고, 이런 복장을 하고 어디에 가라고 하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필요하면 한다는 얘기지만 스스로 결단하고 이끄는 '리더십'을 떠올리게 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주어진 대로 따라간다는 '미숙함'을 연상케 한다. "윤석열이 안 보인다"는 민주당 인사의 반응이 그저 경쟁 정당의 후보를 견제하는 발언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런 모습의 배경을 파고들어가면 '비주류'가 보인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변방 장수'에서 대선후보에 올랐고, 윤 후보는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곧바로 제1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신인'이다. 정치적 기반이 든든하지 않다.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지역인 호남에서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 12월 1주 조사에서 이 후보는 호남에서 지지율 58%를 기록했다. 케이스탯리서치·한겨레 조사(11월 25~26일·1027명 대상)에서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이들 가운데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4.4%로 절반가량에 그쳤다.
이 후보 비난 글이 계속 올라온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이 최근 잠정 폐쇄됐다. 당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실명제를 도입해 내년 1월 1일 재개하기로 했다.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는 경주를 찾아 정부가 자찬하는 'K방역'에 대해 "그 방역, 사실 누가 했느냐. 여러분이 했지 않았느냐"며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습니까, 뭐 소독약을 한 개 줬습니까. 다른 나라 같으면 마스크 안 사주고 마스크 쓰라, 안 쓰면 집 앞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폭동 납니다"고 했다. 또 원전 건설 중단과 관련해 "국민의 의사가 변했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것은 '벽창호'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보수층이 많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 각각 28%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한국갤럽 조사)을 올렸다. 이 후보 출생지가 영남(안동)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민주당 후보로선 이례적이다. 최근 핵심 정책에 대한 이 후보의 혼란스러운 발언, 문재인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다른 입장은 불완전한 '집토끼'의 지지, 이례적인 '산토끼'의 지지라는 현실을 의식한 거라고 해석하면 무리일까. 그러고 보니 지난달 2일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경제를 말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한 바 있다.
윤 후보는 '반사체'다. 문재인정부에서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하며 검찰총장이 됐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문재인정부와 정면 충돌했다. 충돌하면 충돌할수록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다. 그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총장에서 물러났다. 정치권에 입문한 지 넉 달 만에 제1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신인이다. 당내 기반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다. 선거 승리의 경험이 풍부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를 놓고 극한의 내홍을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비전, 그의 가치가 녹아든 뚜렷한 핵심 공약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확신이 부족하다. 한국갤럽 조사(12월 1주)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들이 꼽은 지지 이유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정권 교체(27%)였다. 그다음이 공정·정의(11%)였다. 윤 후보 개인의 능력·자질보다는 정권 교체 이미지가 지지의 이유인 거다.
내년 대선을 정치권에선 '차악 선택' 선거라고 부른다. 덜 나쁜 선택을 한다는 거다. 여야 유력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의식한 것이다. 그런데 이젠 한 걸음 더나아가고 있다. 이 후보에겐 표만 바라보고 입장을 바꾸는 것이냐는, 윤 후보에게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거냐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국정 운영 능력·자질과 직결된 질문이다. 이런 상황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특정 진영에 마음이 기울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고민을 다시 한번 던진다.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하나.'
아직 대선까지는 석 달 가까이 남았다. 밀도가 높은 시간이고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후보들이 뭔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준석 대표가 쓴 표현을 인용한다. 여야 후보 모두에게 '무운(武運)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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