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돈 미뤄준' 개인 채무조정 7조, 경제 부실뇌관 될라 ['부채의 역습' 시작된다]

박소연 2021. 12.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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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 채무자에 불리한 여건
美 테이퍼링·금리인상·인플레 등
국내외 변수, 가계빚 폭발력 키워
자영업자 대출도 부실화 누적
2년새 잔액 74조6000억 늘어
"내년 3월부터 상당한 충격줄 것"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개인 채무가 경제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개인 채무 정책은 유예와 탕감으로 요약된다. 빚을 갚는 시기를 미뤄주거나 아예 없애준 것이다. 순수 개인 채무만 7조원 가까이가 올해 정책 수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중반 이후로는 경제상황 악화와 금리 상승 등으로 개인 파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부실 위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금융권과 신용회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시기를 미뤄주거나 없애준 개인채무는 약 7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우선 은행권에서 원금 상환을 유예해준 실적이 1조원에 육박한다. 전 금융권 신용대출 합이 1142억원이며 신복위 채무조정 전 분할상환을 유예해준 규모가 8326억원이다.

또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조정된 채무가 올해 들어서만 약 3조원가량이다. 연말에는 4조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채무조정 확정을 받은 채무자는 9만3826명이다. 채무조정 건수가 치솟은 지난해보다는 4.2%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평균 탕감액이 3000만원 중반대임을 감안하면 10월까지 약 3조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채무조정 금액은 역대 최고인 3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1조5669억원에 그쳤던 탕감액이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1인당 평균 탕감액은 2018년 2584만원→2019년 2828만원→2020년 3431만원으로 늘었다.

이마저도 실패한 경우에는 개인의 은행 빚을 캠코가 직접 조성한 펀드로 매입해 추심을 유보하거나 채무를 조정해준다. 이 돈이 2조원이다.

은행은 통상 개인 채무 연체가 발생하면 대부업체에 개인연체채권을 매각해 추심에 들어간다. 이를 사전에 차단해 채무자들의 채무 조정과 상환 유예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가 부실화된다는 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다는 뜻으로, 즉 은행의 부담"이라면서 "개인채무 7조원이 모조리 부실화된다고 해서 순이익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이 직접적으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속도"라며 "지난해에 신복위 채무조정 규모가 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서 이미 3·4분기에 이 숫자를 넘어섰다. 못해도 증가율이 50%다. 이 부분이 위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내년 경제환경이 개인 채무자들에게 훨씬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했고, 치솟는 물가를 따라 금리도 올라가는 시기에 가계부채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대출은 어렵고 이자는 올라 취약 차주 입장에선 타격이 된다.

사실상의 개인대출인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13조1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74조6000억원 늘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끝나는 내년 3월 이후 부실이 한 번에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금리 대출로 풍선효과가 번지는 등 부실뇌관의 폭발력이 커지는 것이 더 위험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지원 과정에서 만기유예 해주고 있는 개인채무와 자영업대출들은 사실상 못 갚는 돈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렇게 부실화가 시작되면 금융회사로 부실이 전이될 수 있고 이 경우 금융시스템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단순 개인채무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자영업대출과 묶이는 다중채무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채무조정 등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부실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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