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내년 상반기 전기-도시가스 요금 동결 검토

세종=김형민기자 2021. 12. 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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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내년도 물가 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기존 연 1.4%에서 연 2%대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연 2.0%)를 넘어서는 관리목표를 설정하는 셈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내년 상반기(1~6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20일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2.0% 이상으로 올려 잡을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6월 하반기(7~12월) 경제방향에서 내년도 물가 상승률을 1.4%로 설정했다. 농축산물과 국제유가 등의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내년 물가 역시 오름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4월 2%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3.2%로 뛰었다. 11월에는 3.7%까지 치솟으며 9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라며 “다만, 올해 하반기 물가 추세와 코로나19 영향을 등을 고려할 때 관리 목표치를 예년 대비 높여 잡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과 경제전망에서 2016년 이후 한 번도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보다 높은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치를 내놓은 적이 없다. 한은은 앞서 내년 물가안정 목표를 2.0%로 설정했다.

정부는 내년 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을 모두 동원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 전기, 도시가스, 열차 등 공공요금 동결을 고려하고 있다.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4분기(10~12월) 도시가스 요금과 열차 요금 등 대부분의 공공요금을 동결했다. 상·하수도와 쓰레기봉투 등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지방공공요금도 행정안정부 주도로 동결했다. 전기요금의 경우 올해 4분기 8년 만에 1kWh당 3원 올랐다. 하지만 기재부는 추가 인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라며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손놓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치솟는 물가와 함께 경제 성장 둔화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는 조만간 내놓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망으로 내세웠던 4%보다 후퇴한 수준이다. 정부는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0%로 제시했었다.

시장에선 정부의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2022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3.9%로 예상했다. 정부와 한은이 예상한 4%를 밑돌 것으로 본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2.8%로 전망했다. 이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3.3%)나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예상(3.0%)보다 낮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특수로 급증했던 글로벌 내구재, 비대면 정보기술(IT)수요 증가 속도가 내년에는 줄어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대규모의 확장 재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은 내년도 물가 관리를 어렵게 하고 거시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등의 영향으로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 짧은 기간 성장 후 다시 불황을 겪는 ‘더블 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선 주자들의 확장재정은 경제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정부 정책 판단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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