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푸이그..키움의 투자는 성공할까

안승호 기자 2021. 12. 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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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야시엘 푸이그.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2년 사이 야구장에서 이따금 주고받는 농담거리 중 하나였다. “푸이그 한번 영입해보자”는 얘기에 열명 중 아홉은 웃음으로 먼저 답했다. KBO리그 구단들의 정서가 그랬다.

지난주 외신을 통해 푸이그의 국내구단 입단설이 나왔을 때도 이를 바로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반응이 적잖았다. 연관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전혀 관계 없다”고 앞서 자르듯 답하는 구단도 있었다.

결국 푸이그는 기습적으로 물밑작전을 벌인 키움 히어로즈가 품었다. 그러나 푸이그에게 관심을 둔 구단 또는 현장 관계자들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푸이그를 언급한 관계자 가운데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시즌 중 “푸이그는 어떠냐”는 얘기를 구단 관계자에게 꺼낸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이 넌지시 던진 얘기가 구단 차원의 고민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푸이그는 2019년까지 빅리그 7년간 132홈런에 OPS 0.823을 찍을 만큼 상위 클래스의 야수였던 데다 LA 다저스에서 뛰던 시절에는 류현진의 동료로 국내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개인 성적으로 형성된 ‘빅네임’이 국내 팬들에게는 플러스 요인을 더한다.

그럼에도 KBO리그가 그를 진지하게 쳐다보지 못했던 것은 역시 그가 남긴 불편한 이력 때문이다.

푸이그는 음주운전과 가정폭력 등으로 경찰조사를 받을 만큼 그라운드 밖에서도 뉴스가 많았던 선수다. 지난해 10월에는 성폭행으로 고소를 당한 끝에 지난 10월에야 고소인과 합의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잦은 지각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푸이그 영입을 검토한 구단이 또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KBO리그 구단 정서상 이같은 ‘리스크’를 감안하고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선 구단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대부분 구단이 대기업을 모체로 두고 있다. 혹여라도 여기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경우의 그림을 배제하기 어렵다. 푸이그 영입은 히어로즈여서 가능했던 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히어로즈는 모기업 지원을 받는 다른 9개 구단과 달리 여러 스폰서십을 통한 재정 확보로 구단을 운영한다. 가장 큰 스폰서십은 ‘네이밍 스폰서’인 키움으로 구단 입장에서는 가장 신경 써야하는 고객이지만 종속 관계가 아닌 계약 관계다. 다른 구단과는 운영 구조과 다르다. 행보가 비교적 자유롭다.

푸이그가 하나의 ‘투자 상품’이라면 키움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 이론에 따라 100만달러를 투자했다. 푸이그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큰 문제 없이 실력 발휘를 하며 긍정적인 면만 부각된다면 키움은 팀 성적과 마케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다. 국내팬들의 시선을 끄는 데 푸이그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상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칫 푸이그가 자기 통제력을 잃는다면 구단 입장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바로 푸이그 이름에 붙은 ‘리스크’인데 이를 감안하고도 과감히 움직일 수 있는 국내 구단은 히어로즈밖에 없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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