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의 기적' 만든 최용수 감독 "피 말리는 느낌이네요"

안경남 2021. 12. 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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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승강 PO 1차전 0-1 딛고 2차전서 4-1 대역전 드라마 연출

선제골 내준 뒤 4분 동안 3골 몰아넣어

2018년 FC서울 이어 올해는 강원 잔류 지휘

[서울=뉴시스]강원FC 최용수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강릉=뉴시스] 안경남 기자 = '4분의 기적'으로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에 잔류한 최용수 강원FC 감독이 환하게 웃었다.

강원은 12일 오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 경기에서 대전에 4-1 역전승했다.

원정 1차전에서 0-1로 졌던 강원은 1, 2차전 합계스코어 4-1로 내년에도 K리그1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역대 승강 PO에서 1차전 패배 팀이 2차전에서 승부를 뒤집은 건 강원이 처음이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승강 PO는 2경기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내용보다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잔류해서 기쁘다. 선수들이 놀라운 집중력과 투혼을 발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운보다 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다. 다행히 동점골이 빨리 터졌고, 그게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6일 위기의 강원 지휘봉을 잡고 소방수로 등장한 최용수 감독은 2018년 FC서울에 이어 강원에서도 또 한 번 잔류에 성공했다.

그는 "당시엔 1차전 원정 승리로 숨 쉴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엔 1차전에서 지면서 심적으로 상당히 쫓기고 불안했다. 2부리그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공기가 괴롭혔다"면서 "저 스스로 내려놓고 선수들을 믿으려 했다. 정상적으로만 하면 11대11 경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접근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으로 이런 경기를 두 번 치렀는데, 지도자란 직업이 쉽지 않다. 피가 말리는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최용수 감독의 일문일답

[강원=뉴시스]강원FC 임채민이 헤더로 추가골을 넣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1 잔류 소감.

"승강 PO는 2경기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내용보다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복합적인 게 섞인 중요한 경기다. 사실 선제 실점을 했을 때 부정적인 기운은 없었다.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았고, 좀 더 지켜보고자 했다. 선수들의 몸놀림이 좋았고, 동점골이 빨리 터진 게 시너지 효과를 냈다. 또 후반에 상대 패턴에 적절히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잔류해서 기쁘다. 선수들이 놀라운 집중력과 투혼을 발휘해줬다. 찾아온 홈 팬들에게 잔류를 선물해서 기분 좋은 하루다."

-경기 전 총알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4골이나 넣었다.

"이전에 몸담았던 팀에는 결정 지어줄 선수가 많았다. 현재는 이정협과 김대원뿐이다. 그런데 오늘 2선에 있는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득점해줬다. 전술적으로 변화를 줬던 게 좋았다. 상대 위협지역에선 모두가 공격수란 생각으로 도전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심리적으로 선수들에게 편안함을 주려고 했다."

-후반에 볼보이의 시간 지연으로 신경전이 일어났는데.

"볼보이 영역은 관여할 바가 아니다. 홈과 원정 어드밴티지가 전 세계에 다 있다. 그건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이광연 골키퍼 선방이 돋보였다.

"이전까지 이범수 골키퍼가 경기를 뛰어왔는데, 대전의 경우 바이오가 제공권보단 세컨드 볼에 강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순간 반응이나 민첩성 이런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골키퍼는 어제 밤부터 고민했다. (이광연은) 한국 축구에서 키워야 할 선수고, 오늘 믿음에 보답한 것 같다."

-경기 후 대전 마사와 대화를 나누던데.

[강원=뉴시스]강원FC 한국영이 역전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일본에서 오랜 생활을 해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지난 1차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왜 강원을 나가게 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팀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하더라. 관리 잘해서 내년에 잘하라는 격려성 얘기를 나눴다. 1차전에서 마사가 승리하고 2차전을 압도적으로 이기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 친구의 실수였다. 우리 선수들을 자극했다. 축구에서 압도적인 경기는 없다."

-2018년 서울 잔류와 비교한다면.

"그때보다 경기에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당시는 1차전 원정에서 승리해서 숨 쉴 여유가 있었다. 이번엔 1차전 원정에서 져서 심적으로 쫓기고 불안했다. 2부리그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공기가 괴롭혔다. 저 스스로 내려놓고 선수들을 믿었다. 정상적으로 하면 11대11 경기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접근하게 주효했다. 승강 PO를 두 번 해보니까 지도자란 직접이 쉽지 않다. 피가 말리는 것 같다."

-내년에도 K리그1에서 계속 뛰게 됐다.

"김병수 전 감독님께서 팀을 잘 만드셨고, 좋은 부분은 계속 유지하면서 K리그1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개선할 부분이 많다. 이영표 대표랑 잘 상의할 것이다. 현재 이 전력으론 우리가 원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등 목표는 쉽지 않다. 남은 기간 이 대표랑 긴밀하게 소통하겠다. 발전하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

-특별히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릴 부분은 아니다. K리그1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한지 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잘 협의할 생각이다."

-부임 후 11위를 지킨 게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 됐다.

"서울 원정에서 무게 중심을 앞으로 갔다가는 1점도 가져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큰 그림을 그렸다."

[강릉=뉴시스]강원FC 극적 K리그1 잔류.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내년 강원에서 목표는

"선수 수금이나 과정, 팀 컨디션을 정밀 진단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 우선 목표는 상위스플릿이다. 그리고 올라갔을 땐 ACL 출전을 욕심내고 싶다."

-오늘 경기장에서 가장 액션을 취했는데.

"선수들에게 열정적인 자신감을 공유하고자 했다."

-경기에서 가장 잘한 선수를 꼽자면.

"1차전에서 3-4-3 포메이션의 미드필더에 2명을 두고 뚜껑을 열어봤다. 그런데 상대인 마사와 이현식의 활동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오늘 3명을 둔 게 효과적이었다. 선수들 모두 의지를 보여줬다. 특정 선수보다 전체 선수들이 다 잘했다."

-이영표 대표이사와 경기 후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끝나고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 평소에도 팀을 위한 소통을 많이 한다. 선수 출신이고 경험이 많아 밀도 높은 소통이 잘 이뤄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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