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부상 투혼' 보여준 한국영, "오늘만큼은 주연 되고 싶었어"

(베스트 일레븐=강릉)

강원 FC의 핵심 미드필더 한국영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값진 골을 터뜨려 강원의 K리그1 잔류에 큰 공을 세웠다.

강원은 12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1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경기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에 4-1로 승리했다. 1차전 원정에서 0-1 패배를 당했던 강원은 2차전에서 세 골차 승리를 거둔 덕분에 1,2차전 합계에서 4-2로 앞서 극적으로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었다.

한국영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1년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안도하면서 "이런 상황에 오게 된 건 모두 선수들, 그리고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에는 이런 상황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강원은 전반 16분 이종현에게 중거리포를 얻어맞으며 선제 실점했다. 하지만 선제 실점이 오히려 선수들의 의지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전반 26분 김대원이 이지솔의 자책골을 이끌어내 추격했고, 전반 28분에는 임채민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한 골만 더하면 강원이 잔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베테랑 한국영이 전반 30분 문전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악착같이 슛으로 연결해 상황을 반전시켰다.

"선제 실점한 후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괜찮다고 독려해주셨다. 하지만 사실 많이 당황스러웠다"라고 털어놓은 한국영은 "하지만 경기 종료를 5초 남기고도 들어가는 것이 골이지 않는가. 우리가 역전했던 적도 많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 간절하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선제 실점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사실 한국영은 득점을 많이 올리는 선수는 아니다. 올 시즌 리그 31경기(승강 플레이오프 제외)에 출전했는데 득점은 딱 한 개뿐이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영은 문전에서 슛을 노리는 등 득점 욕심을 냈다. "골이 너무나도 필요했다"던 한국영은 "감독님이 '모든 선수들이 조연이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셨는데, 혼날 수도 있지만 오늘 만큼은 주연 역할을 하고 싶었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 밤새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강원이란 팀은 2부리그에서 뛰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나온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간절하게 뛴 한국영은 경기 막바지에 부상을 당해 교체 아웃되기도 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 묻자 한국영은 "사실 발목이 많이 안 좋다. 지난 여름부터 발목 인대가 파열된 상태에서 경기에 뛰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주사를 맞으면 안 된다고 했을 정도다. 이번 시즌 잘 버티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최상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됐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영은 "올 시즌은 개인적으로, 팀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지난해 뇌진탕 부상을 당한 뒤 전지훈련을 받을 때도 너무 힘들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올해까지만 하고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호전돼 지금은 완치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즌이 좀 더 길었다면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년에는 원래의 제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상대에겐 위협이 되고 싶다.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라며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글=유지선 기자(jisun22811@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