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상 대기자 1700명 돌파·대기 중 사망 속출..전문가들 "지금 거리두기 해야 가장 짧게 할 수 있어"
[경향신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7000명 안팎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말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달았다. 의료 대응 역량도 한계를 드러내면서 코로나19에 확진되고도 병상을 배정 받지 못한 환자는 나흘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나 1700명대에 이르고, 지난 한 주간 10명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상 대기 중 사망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병상 확충 속도가 느려, 사망자가 발생해야 병상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언한 ‘특단의 조치’ 시행이 사실상 불가피해졌다며, 확실한 손실 보상을 동반한 강한 거리두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689명이라고 밝혔다. 6977명을 기록한 전날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한 주 전인 지난 5일(5126명)보다는 1500명 이상 증가했다. 이는 토요일 확진자 기준 역대 최다 수치로, 통상 주말에는 검사 수가 감소해 확진자 수도 낮게 집계되는 것을 감안하면 주 중반으로 접어드는 15~16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8000명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상회복 과정의 핵심 관리 지표로 제시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재원 위중증 환자는 894명으로, 900명에 육박하며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위중증 환자 수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하루 동안 코로나19로 80명이나 사망했는데, 직전 하루 최다 기록(지난 4일, 70명)을 1주일 만에 갈아치웠다.
신규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 중 입원 대기 중인 환자는 173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 수도권 병상대기자 수는 860명이었는데, 나흘만에 두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5주(10월31일~12월4일)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상 대기 과정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 수는 총 29명이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13명이 집계 마지막 주인 11월28~12월4일 사이 발생해, 이후 더 악화된 유행 상황을 감안하면 병상 대기 중 사망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의 가동률은 전날 오후 5시 전국 기준 80.8%로 집계됐는데, 같은 시점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86.5%)과 차이가 5%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진 것을 볼 때 병상 부족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할 우려도 제기된다.
유행 상황이 악화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국민들 역시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일상 회복 조치가 이익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22~29일 19세 이상 성인 9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68.9%가 ‘위드코로나 조치 이후 사회 위험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일상 회복 조치 이전인 10월 조사 당시 응답자의 53.2%가 ‘위드코로나 조치로 인해 손실보다 이득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는데, 동일한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13.7%만이 ‘위험보다 이득이 크다’고 했다. 그 세 배에 달하는 38.5%는 ‘이득보다 위험이 크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10일 ‘특단의 조치’까지 거론한 만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동반한 강한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시간을 제한하는 과거의 거리두기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보면 거리두기 조치를 가장 덜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다만 영업 시간을 제한하되 자영업자 등에 대한 확실한 손실 보상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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