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14일까지 열리는 김종원 개인전 'Quantum Stroke: 문명대전환기 언어풍경 I'의 첫인상이다. 검은 한지 바탕에 붉은 주사로 그린 그림 '신화-통영신명'은 태극과 뱀, 물고기, 도깨비 같은 형상들로 가득 찬 우주를 담았다.
김종원 작가는 현대 회화의 원형을 글씨에서 찾는다. 텍스트(글자)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는 서화 동체(書畵同體)를 추구하는 작가로 통한다.
한문학을 연마하고 서예가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그림에 전념하면서 현대미술 작가로 변신했다. 수천 년 쌓아온 전통문화의 정수를 품은 그의 작품들은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가 지난 7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한 '불가리 컬러'전에서도 존재감을 뿜어냈다.
김 작가는 "문자만큼 건축적 구도가 탄탄한 형상도 없다"며 인간 사유의 결과가 형상으로 남겨진 것이 바로 문자이고, 이 형상에 의미, 소리가 동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수석큐레이터는 "서(書)와 미술의 100년 결별 역사는 김종원의 일필로 여지없이 깨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