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조각 모아붙여 만든..가족과 친구들의 얼굴
아프리카 싱글맘 작가
바느질 활용한 구상화
다양한 실크 조각을 한 땀 한 땀 실로 잇는 콜라주 기법으로 인물이 들어 있는 장면을 주로 표현하는데 그림 못지않은, 섬세하고 현실적인 표현이 기가 막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여성 작가 빌리 장게와의 개인전 '혈육(Flesh and Blood)'이 서울 안국동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내년 1월 15일까지 전개된다. 여리여리한 실크 천을 이어 거대한 실물 크기 집을 만들어낸 한국 작가 서도호를 발굴해 서구권에 소개했던 갤러리였던 만큼 아프리카에서 건져낸 여성 작가 역시 비단에 실을 엮는 공통점 외에도 범상치 않다.
장게와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대학 졸업 후 패션과 광고 업계에서 일하다 점차 작가의 길로 옮겨왔다. '싱글맘'으로 8세 아들 '미카'를 키우면서 집 안 모습이나 주변 풍경 등 따뜻한 기억을 되살려 그 순간을 감각적인 빛깔의 비단을 엮어 표현한다.
처음 맞이하는 작품 'The Pleasure of a Child(아이의 즐거움)'는 아이와 본인의 모습은 얼굴 일부만 나오고 백인인 친구들은 몸 전체가 온전히 드러난 구도가 독특하다. 이런 장면은 전시 주제처럼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감정을 교류하는 친구 등 확장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더욱 소중해진 가족, 노동, 일상에 대한 감사함이 최근 구상 작업의 주제가 됐다. 멋진 축구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아들의 모습 'My Whole Heart'는 사랑 가득한 이미지로 절로 미소 짓게 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온전한 사각형 모양 작품이 아니라 일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천 조각처럼 갈라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억의 파편과 같은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채택한 방식이라고 김정연 리만머핀 디렉터는 설명한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은 장게와의 작업을 두고 '감정의 풍경화(landscape of emotions)'라 부른다. 그는 직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집 안 내부와 도시 경관, 인물화를 통해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을 담아낸다. 특히 아들 출산 이후 자아 성찰과 여성성에 관심이 옮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게와의 표현처럼 '일상 속 페미니즘' 성격이 강하다. 종종 무시되지만 여성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인 바느질을 통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구상화를 펼쳐 동시대 아프리카 여성 작가들 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게와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테이트모던,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프리카박물관 등에 앞다퉈 소장되고 있다.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 아트페어 FNB 아트 조버그의 특별 초청 아티스트로 선정된 바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박물관에서 첫 개인전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런던과 서울의 리만머핀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펼쳤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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