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지리산'을 통해 김은희 작가가 결국 하려 한 이야기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2. 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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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고를 위장한 살인사건.

그 사건을 추적하다 휠체어 신세가 된 서이강(전지현)과 코마상태에 빠진 강현조(주지훈). 코마상태이면서도 생령이 되어 지리산을 떠돌며 죽을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하고 범인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강현조.

어떻게든 인명을 구해내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판타지로, 과거 <시그널> 에서 미제사건 해결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설정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기 판타지의 <지리산> 식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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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지리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고를 위장한 살인사건. 그 사건을 추적하다 휠체어 신세가 된 서이강(전지현)과 코마상태에 빠진 강현조(주지훈). 코마상태이면서도 생령이 되어 지리산을 떠돌며 죽을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하고 범인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강현조.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은 꽤 먼 길을 돌아 드디어 그 진범이 드러났다.

그는 바로 1991년 지리산 속에 위치한 검은다리골 마을에서 벌어진 비극을 목도한 후 이에 연루된 마을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해온 김솔(이가섭)이었다. 약초꾼, 땅꾼, 사냥꾼 등으로 생업을 해온 검은다리골 마을 사람들은 여러 규제들 때문에 산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케이블카 설치 건으로 보상금을 탈 수 있었지만 이를 반대한 이가 여전히 지원금이 나오는 한봉 사업을 하던 김솔의 아버지와 이세욱(윤지온)의 아버지였다.

결국 가족을 모두 잃게 된 김솔과 이세욱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놓인 이세욱마저 살해됐다(아마도 김솔의 범행일 것이다). 하지만 살인을 복수에서 끝나지 않았다. 범행을 추적하는 이들 또한 김솔의 범행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그를 좇던 강현조와 서이강마저 큰 부상을 입게 됐다.

다소 먼 길을 에둘러 돌아왔지만 <지리산>을 통해 김은희 작가가 하려 한 이야기는 명백하다. 그건 바로 '공존'에 대한 메시지다. 검은다리골 사람들의 비극은 생업이 어려워진 그들에게 유혹처럼 제안된 개발 보상금으로부터 시작됐다. 함께 그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들이 선택한 건 당장의 보상금을 위해 이를 반대하는 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희생은 복수로 되돌려져 무수히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지리산>은 산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들을 소재로 가져왔다. 산불, 수재는 물론이고 과거 빨치산이 쓰던 감자폭탄 같은 아픈 역사가 남긴 위험요소에, 그 무엇보다 무서운 인간 또한 빠질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사고의 위험일 수 있는 소재들을, 이를 이용한 범죄라는 상상력을 더해 사건화함으로써 드라마를 범죄 스릴러의 틀로 가져왔다.

게다가 여기에 김은희 작가는 생령이라는 판타지 요소까지 더해 넣었다. 어떻게든 인명을 구해내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판타지로, 과거 <시그널>에서 미제사건 해결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설정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기 판타지의 <지리산> 식 설정이다. 너무 많은 소재들과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야기들이 더해지고 여기에 생령이라는 판타지까지 얹어져 다소 복잡해지고 이야기 진행도 느려졌지만 이를 통해 일관되게 보인 건 자연과 인간의 대비다.

자연의 현신으로서의 지리산은 저기 그대로 가만히 있지만, 여러 욕망을 가진 인간들에 의해 그 산에 더해진 비극들은 검은다리골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만큼 많아졌다. 빨치산의 비극에서부터 산불과 수재,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이뤄지는 불법 채취의 욕망, 심지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에 행해지는 파손 등은 결국 인간의 욕망에 의해 벌어진 것들이고 그것은 다시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비극으로 되돌려진다.

사고를 위장한 사건을 담고 있지만, 어쩌면 자연재해의 대부분은 그저 천재지변으로 일어날 일이 사고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더해진 사건인지도 모른다. 한없이 우리를 편안하게 안아주는 산이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재난으로 돌변할 수 있는 애증의 산. 그런데 그 애증은 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다름 아닌 우리들이 한 어떤 일들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걸, <지리산>은 에둘러 말하고 있다. 그건 사고가 아니라 사건들이었다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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