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북제재..이유는 '북한 인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21. 12. 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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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민주주의정상회의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인권의 날인 지난 10일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와 관련된 개인 15명과 단체 10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을 지낸 리영길 국방상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번째 대북 독자 제재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대북제재를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신규 제재를 부과한 적은 없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 등을 반인권 행위와 관련한 경제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리 국방상은 한국의 경찰청장 격인 사회안전상 출신이다.재무부는 “북한의 개인들은 강제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에 시달린다”며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 집행을 자행하고, 이는 악명높은 강제 수용소행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북제재라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인권 상황과 관련된 제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역대 미 행정부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규탄해왔지만, 대화나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인권 문제를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실제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음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촉구해왔다. 이번 조치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화 촉구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독자제재와 동맹국과의 연계를 통한 국제적 압박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제재 조치는 북한 외에 중국·러시아·미얀마·방글라데시의 개인과 단체를 함께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서 중국·러시아의 협조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알면서도 인권 문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를 고리로 중국·러시아 등을 함께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에게 북한 문제 해결이 정책적 우선 순위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제재 조치는 한·미 간의 북한 인권에 대한 시각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의 특수성, 북핵 협상 등을 감안한 접근법을 취해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향후 한·미의 대북 접근법 조율에 북한 인권 문제가 민감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총력을 다해 추진중인 종전선언도 이번 미국의 제재 조치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의 산물로 전면 배격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한·미가 종전선언을 북한에 제안하기 위한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 같은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은 종전선언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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