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참변에 '스토킹금지법 무용론'..신변보호 확실한 대책 없나
전 연인의 집에 찾아가 가족들을 흉기로 찔러 1명을 살해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를 입은 가족의 여성은 신변보호 대상자였다. 지난달 스토킹 피해를 입고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서울 중구에서 살해된 데 이어 또 다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이 피살되면서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 신변보호 대상자인 A씨(21)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이모씨(26)에게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2일 오후 서울 동부지법에선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이씨는 지난 10일 A씨의 거주지인 송파구 잠실동 한 빌라에서 A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A씨는 부재 중이었고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A씨의 아버지가 사고를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과정에서 지난 6일 A씨의 아버지가 "딸이 감금돼 있는 것 같다"며 경찰에 112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버지의 신고에 경찰은 A씨와 이씨가 대구에 함께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A씨는 경찰에 성폭력 피해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도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여성이 오피스텔에서 전 남자친구 김병찬(35)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져 신변보호 시스템의 허점이 제기됐다. 지난 7월에는 제주에서 백광석(48)이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과 관계가 나빠지자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했다. 해당 여성 역시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돼 있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내려진 신변보호 조치 건수는 1만9206건이다. 2016년 4912건에 그쳤던 신변보호 건수는 2017년 6889건, 2018년 9442건, 2019년 1만3686건, 2020년 1만4773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연간 신변보호 조치건수가 약 2만 건인 점을 고려한다면 전국 257개 경찰서를 기준으로 경찰서 한 곳당 평균 80명의 신변을 보호해야한다. 하지만 현재 신변보호 전담 경찰관은 경찰서마다 1명씩 배치돼 있다. 인력 부족으로 실효적인 대처가 어려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 지급 등만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확실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위협을 느꼈을 때 눌러 신고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대책"이라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대상자의 주변을 맴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같은 장소, 시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것을 막으면 된다"고 했다. 가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 피해자와 가족들의 활동반경에 들어오면 경찰에 알람이 가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전자발찌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와 같은 스마트워치를 착용시켜 경찰이 가해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만약 스마트워치가 꺼지거나 하는 경우 즉시체포를 하는 등의 시스템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가해자가 성폭력 및 감금 범죄로 현행범 체포가 되지 않았어도 아버지가 신고를 한 경우인만큼 피해자 가족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경찰은 이씨가 범행 나흘 전 A씨와 그 가족이 자신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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