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달라진 '박정희·전두환' 발언, 왜?

박홍두 기자 2021. 12.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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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경북 문경시 가은역을 찾아 꼬마열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중도·우클릭 행보’가 갑자기 속도를 내고 있다. 주말 동안 대구·경북(TK)을 돌면서 두 전직 대통령인 박정희·전두환의 경제성과 평가 발언을 쏟아내고 문재인 정부와의 각 세우기를 통한 차별화 언급도 잇따라 했다. ‘실용주의’ 면모를 강조하며 중도·보수 표심을 겨냥한 것이 1차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면에는 대장동 사업 개발에 연루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극단적 선택을 기점으로 ‘대장동 이슈’가 다시 대선 정국의 전면으로 떠오를까 우려하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의 ‘달라진 발언’은 3박4일 간의 TK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첫날부터 나왔다. 지난 10일 대구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화의 성과를 낸 대통령”으로 평가했고, 11일 경북 칠곡·안동에서는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 “명백한 과오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12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기녑탑이 있는 추풍령 휴게소를 들렀고, 13일에는 포항제철소를 방문한다. 이 후보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에 대해서도 “‘3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비판의 날이 더욱 예리해졌다. 이 후보는 10일 경북 경주 연설에서 “서울 집값이 올라서 생난리가 났다. 가격이 높아지는데 가격을 누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맹공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라며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태까지 색깔 똑같다고 빨간색(국민의힘 상징색)을 찍었다. 그런데 솔직히 TK가 망했지 않느냐”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자신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TK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박빙 승부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역대 대선에서 항상 ‘반 민주당 투표 성향’이 강했던 TK에서 최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진 선거”라며 “성과를 위해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로선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수도권 민심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인 데다가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TK 출신이라는 점 등을 적극 활용해 최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온다. 이 후보는 앞서 윤 후보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가 대국민 사과를 하자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만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맹공을 한 바 있다. 그동안 두 전직 대통령 등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해왔던 이 후보가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을 기린다기보다는 산업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던 것을 대중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재생에너지, 탈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에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는 공소시효 제도를 폐지해서라도 처벌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있는 사실을 부인하면 사회의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며 “경제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사적 죄인이다. (발언) 일부만 떼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 발언과 관련해선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의 환경과 정치가 바뀌는 진취적인 변화가 이재명 정부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행보의 이면에는 다시 불붙기 시작한 대장동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지난 10일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직후 다시 여론의 시선이 대장동 사건으로 집중되고 야당의 ‘대장동 특검’ 공세가 커지자 강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후보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선 재차 ‘특검 수용’ 발언을 하며 정면 대응했다. 11일 윤 후보가 자신이 연루된 부분까지 특검 대상에 넣는 것을 언급하자 이 후보는 “이재명의 혐의 부분만 하자는 것이 국민의힘 후보 측 입장이었는데 다행히 전부에 대해 특검하자고 하니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질적 협의를 여야가 국회에서 개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처음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뒤 한 달이 지나도록 여야의 실질적인 협의는 이뤄진 것이 없어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국회에 공을 돌리는 방어 전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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