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식 민주주의는 가짜"..연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비판, 대만 향해서도 경고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12. 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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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화상을 통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식 민주주의는 가짜 민주주의”라며 미국이 이데올로기적 분열과 대립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가한 대만을 향해서도 “독립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2일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과 일부 서방국가는 중국을 비롯한 일부 개발도상국에 ‘비민주적’이란 딱지 붙이기를 좋아하는 데 그 이면에는 서구식 오만과 다른 문명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다”며 “민주주의는 전 인류의 공통 가치이지 어느 나라의 전매특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이어 “서구식 민주주의만이 모법답안이라고 여기며 세계에 그것을 이식하고 일반화하려는 것은 정치 제도와 이데올로기적 다툼을 선동해 세계에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빌린 가짜 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의 기고문은 앞서 미국 주도로 이틀간 진행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겨냥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10일(현지시간) 110여개국을 초청해 화상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권위주의 타파와 부패 척결, 인권 증진을 핵심 의제로 내세운 이 회의는 사실상 민주주의의 가치를 앞세워 동맹을 규합하고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에도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에 맞춰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미국의 행보를 정면 비판했다. 외교부는 담화에서 “미국이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고 민주주의를 도구화·무기화하며 가짜 민주주주의의 이름으로 반민주적 행태를 보였다”며 “이는 분열과 대항을 선동해 국내 모순을 전이시키고 세계 유일 패권국 지위를 수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오랫동안 자신의 정치제도와 가치·이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며 ‘민주개조’를 추진하고 ‘색깔혁명’을 추진해 재난적 결과를 초래했다”며 “민주주의가 미국이 다른 나라에 간섭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번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한 것은 중국을 더욱 자극하는 요소가 됐다.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통일 의지를 강조하며 대만에 대한 경고도 이어갔다. 왕양(汪洋)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전날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열린 제13차 해협포럼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확고한 역사적 임무”라며 “우리는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다해 평화통일을 이루길 바라지만 대만 독립의 분열 활동에 어떠한 여지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 관계의 악화를 예상하며 대만 문제를 가장 우려되는 사안으로 꼽았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전날 글로벌타임스가 주최한 연례 포럼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더 나아갔다”면서 “중국도 대미 정책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중·미 관계는 계속 하향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대만에 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대만에 대한 관여를 포괄적으로 업그레이드 했기 때문에 내년에 주된 우려는 대만해협이 될 것”이라며 “특히 군사 분야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이(楊毅) 중국 해군 소장도 “중·미간 위험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를 꼽는다면 대만 문제가 먼저고, 남·동중국해가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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