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추진..부지 매입·추진 방식 '과제'

서동준 기자 2021. 12.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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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업가 부지 등 제공 의사
이광형 KAIST 총장(왼쪽)과 배희남 Big 투자그룹 대표가 뉴욕 캠퍼스 설립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AIST 제공.

KAIST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미국 뉴욕에 캠퍼스를 짓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부동산 기업 대표가 축구 경기장 5개 규모의 부지와 건물 제공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지 부지는 아직 확보되지 않았고 부지와 건물의 제공 방식, 최종 기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AIST는 이달 1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이광형 총장과 재미 한인 사업가 배희남 빅(Big) 투자그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기자간담회 글로벌 캠퍼스 설립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이 총장은 “KAIST가 세계 일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글로벌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배 대표와 뜻이 맞아 뉴욕 캠퍼스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립대학이나 다름 없는 과학기술특성화대가 외국에 캠퍼스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배 대표는 1981년 유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가 1995년부터 부동산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한인 사회 내에선 비교적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부동산 사업 외에도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비영리 기관인 글로벌 리더십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캠퍼스 건립은 배 대표가 최근 KAIST에 약 3만3000㎡(1만평) 규모의 부지와 건물 제공 의사를 타진하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두 사람은 11월 초 만나 뉴욕 캠퍼스 설립 계획에 관한 물꼬를 튼 데 이어, 이 총장이 이달 8일 다시금 뉴욕으로 건너가 양해각서 서명식을 열고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배 대표는 뉴욕 캠퍼스에 협력하게 된 계기에 대해 “KAIST가 인공지능(AI) 분야나 공학기술 분야가 세계 어느 대학보다 우수하다”며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때에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 나가 경쟁하고 이끌어가는 리더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국내에 있는 KAIST 학생을 뉴욕 캠퍼스로 보내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교수와 학생이 국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며 “또 한국 학생들이 뉴욕에서 창업하고 나아가 나스닥에 상장까지 해낼 것을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미국 사회에 필요한 학과를 새로 개설해 현지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KAIST가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 코넬대의 공대보다 대학평가 순위가 더 높다”며 “뉴욕이 문화기술과 금융이 거점인 만큼 이와 관련된 AI 기술과 관련된 학과를 개설하면 강점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 캠퍼스는 미국의 학교 법인 제도에 따라 설립될 예정이다. 이 총장은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교육기관으로 설립을 신청해 허가받는 걸 고려하면 2~3년은 걸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부지 매입부터 숙제로 떠올랐다. 부지와 건물 제공의사를 밝힌 배 대표 역시 아직 부지를 확보한 상황은 아니다. 배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후보지역은 롱아일랜드와 스태튼아일랜드 두 곳으로 압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한 군데는 뉴욕주 남동쪽 섬인 롱아일랜드로 5년 전까지 학교로 운영되다가 문을 닫은 곳으로 23에이커(약 9만3078㎡) 정도 된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부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캠퍼스 설립에 들어가는 총 금액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KAIST 측은  당초 기자간담회에서 배 대표가 캠퍼스가 들어설 부지와 건물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기자들에게 배 대표가 부지와 건물을 매입 후 기부하는지, KAIST에 명의를 이전하는지 등 세부 방안은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AIST 관계자는 “기부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배 대표와 협의를 통해 결정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KAIST의 이번 글로벌 캠퍼스 설립 계획 발표는 학교 설립을 구체화하기엔 확정된 부분이 매우 적은 상태에서 공개를 조금 서두른 감이 있어 보인다.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뉴욕에 캠퍼스 건립을 현실화하려면 부지와 건물 매입 외에도 시설 설비 정비와 현지 고급 인력 채용 등 막대한 예산이 별도로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적 후원자'들 추가로 확보하는 숙제가 학교 측에 남아 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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