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총장'과 '자수성가 美교포' 의기투합..'카이스트 뉴욕캠퍼스' 연다

카이스트, 뉴욕 캠퍼스 설립 계획발표..배희남 회장 '1만평 규모' 부지 제공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적인 생각과 개척정신 가진 사람 키우자"

왼쪽부터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 총장, 배희남 BIG투자그룹 회장이 뉴욕 UN Plaza 빌딩에서 뉴욕캠퍼스에 대해 협의 후 기념촬영 하는 모습.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1.12.10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학생·연구자가 한국 땅이 아닌 뉴욕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미래가 곧 다가온다.

카이스트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뉴욕을 시작으로 실리콘밸리에도 캠퍼스를 설립하는 등 국제적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된 뉴욕 캠퍼스 계획은 이같은 글로벌 구상의 첫걸음이다.

뉴욕 캠퍼스 구상은 평소 남다른 혁신 철학으로 '괴짜 총장'으로 불리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 자수성가한 미국 교포 사업가 배희남 BIG투자그룹 회장이 의기투합하면서 현실화됐다. 배 회장은 1981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95년 부동산 투자사업을 일군 인물이다.

이 총장과 배 회장은 이미 지난 11월 초에 뉴욕캠퍼스 안건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이후 배 회장이 뉴욕에 1만 평 상당의 캠퍼스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기로 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배 회장은 2013년부터 글로벌 리더십 파운데이션(GLF)이라는 NPO를 통해 교육, 사회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개척정신을 가진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카이스트 총장과 우연한 기회로 만나 이야기하니까 그런 이상과 목표가 맞아 카이스트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은 여러 나라와 국가에서 여러 민족이 오는 이민 사회다. 저 같은 경우도 40년 전에 맨주먹으로 유학생 신분으로 와서 풍요롭게 되었다. 자식도 키웠다. 열정과 열심히 일하는 자세 덕분이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람 누구에게라도 있는 것이다"라며 "신문을 볼 때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과 대학원을 나와도 직업이 없어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봤다. 열정을 미국에서 쏟으면 미국 사회도 변하고, 한국인들이 많이 미국에 진출해 결국은 미국이 한국 사람 것이 되지 않나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광형 총장과 배희남 회장은 뉴욕 캠퍼스 부지 후보 2곳을 함께 둘러보고, 뉴욕캠퍼스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후보 부지는 롱아일랜드와 스태튼 아일랜드다.

KAIST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KAIST 이광형 총장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2021.12.10 /뉴스1

이광형 총장은 향후 뉴욕캠퍼스의 역할로 Δ카이스트 학생의 뉴욕에서의 글로벌 교육 Δ교수와 학생이 세계적인 난제를 연구하는 교두보 Δ한국 창업자들의 뉴욕 진출 Δ뉴욕캠퍼스에 새로운 학과 신설 등으로 설명했다. 자체적으로 현지에서 학생도 선발해 상호 교류 및 교육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가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생, 교수 모두 글로벌 시야에서 바라보도록 학교가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이 국내에서 주어진 환경과 사고방식에 안주하지 않을지, 교수들이 세계 최초보다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는 않을지 항상 우려해 왔다"며 "카이스티안(KAISTian 카이스트 구성원)이 미국 하버드, MIT보다 모자란 것은 실력이 아니라 꿈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교육과 연구, 창업 활동에 있어 국내 시장만 목표로 하기보다는 세계로 뻗어 나가도록 글로벌 시각과 경험을 독려하고 지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해 특히 뜻있는 기업인들과 동문, 리더들이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에 캠퍼스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은 국내와는 다른 법적 절차가 요구될뿐더러 강의실, 기숙사, 연구실, 식당 등의 제반 시설 구축 등에도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자간담회에 따르면 이번 양해각서 교환을 시작으로 부지선정, 교육기관 등록을 위한 행정절차, 교수진 영입 작업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