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성공하면 수익률 25%..중고명품 업계가 뜨거운 이유

김성훈 2021. 12. 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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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중고명품 업계 투자 러시 눈길
중고명품 업체 구구스 1450억원에 매각
필웨이도 적격인수후보 추리고 매각 작업
MZ세대 명품 리셀 수요 급증이 원동력
NFT 더해진다면 추가 성장 가능성 판단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영롱하다…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여성이라면 한 번쯤 소유를 생각해 봤을 법한 백이 있다면 아마 ‘샤넬 클래식’일 것이다. 귀티가 흐르는 검정 가죽 사이로 샤넬 로고가 선명히 박힌 이 제품에 대한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고 있다.

지난달 샤넬 본사에서 클래식 미디움 제품 가격을 971만원에서 1124만원으로 15.7%나 올렸지만 물건이 입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평일 휴가를 내면서까지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 마자 달려가는 것)을 서슴지 않는 제품이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진열창 모습. (사진=연합뉴스)
뜨거운 인기 때문일까. 이 제품은 온라인상에서도 웃돈이 붙었다. 현재 한정판 품목 거래 사이트에서 샤넬 클래식 미디움 제품은 기호(골드·실버 체인/램·카프 스킨)에 따라 240만~27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올해 10월 구입한 제품을 판다고 가정하면 2개월새 수익률이 25~30%에 육박하는 셈이다.

최근 뜨거워진 중고명품에 대한 관심은 자본시장에도 옮겨붙은 모습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명품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리셀(중고거래) 시장’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를 도입한 신사업 접목 논의까지 더해지며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주IB투자는 지난 9일 스톤브릿지캐피탈과 공동으로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를 145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구스는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첫 사업을 시작한 중고명품 매입·위탁판매 업체다. 현재 전국 2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웹·모바일 앱 활성이용자(MAU)는 올해 6월 말 기준 약 50만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구구스가 보유 중인 700만개의 감정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시세정보 조회서비스인 ‘AI 구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아주IB투자와 스톤브릿지는 국내 중고명품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지난해 국내 중고명품 시장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올해 2조원이 넘어설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시장 규모가 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을 육성한다면 추가 성장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승 아주IB투자 본부장은 “전략적 투자자(SI)와의 사업제휴를 통한 물류체계 고도화, 온라인 사업 영역 확대 등 적극적인 기업가치 재고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구스 외에도 중고명품 쇼핑몰 필웨이도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필웨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 주관사인 KB증권은 복수의 원매자를 숏 리스트(적격인수 후보자)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시장에서 오가는 매각가격은 1100억~1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8년 필웨이 지분 전량 인수에 840억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최고가에 팔릴 경우 산술적으로 40%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 업체의 손바뀜 흐름은 중고명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명품이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성의 수단으로 진화하면서 중고명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도 리셀을 주저하지 않는 20~30대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군은 정가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경우가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며 “웃돈을 주고서라도 제품을 사겠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NFT를 도입한 신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종이로 품질 보증을 해주는 시대를 넘어 제품 원산지와 소유 이력, 제조사 보증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NFT가 도입된다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치 부여에 따른 성장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들고 다니던 명품 가방에 NFT를 도입한 보증 체계가 도입된다면 기존에 붙은 것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며 “최근 성장하는 흐름에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시너지까지 더해질 경우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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