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의 적이 아니라 완성"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1. 12. 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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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의 《그곳이 멀지 않다》를 비롯해 의사인 마종기 등은 수많은 죽음의 시편을 통해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을 말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병원, 양로원, 요양병원 등으로 이어지는 일상적 죽음의 시간은 끝없는 추락처럼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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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을 위한 곡직한 호소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의 웰다잉 완결판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나희덕 시인의 《그곳이 멀지 않다》를 비롯해 의사인 마종기 등은 수많은 죽음의 시편을 통해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을 말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늙음과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병원, 양로원, 요양병원 등으로 이어지는 일상적 죽음의 시간은 끝없는 추락처럼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암환자처럼 갑작스럽게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는 이들의 공포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윤영호 지음│안타레스 펴냄│260쪽│1만5000원

이번에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로 찾아온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죽음으로 가는 길의 친구다. 서울대 암통합케어센터와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국립암센터 기조실장 등을 역임했다. 윤 교수는 1989년 말기 암환자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환자와 가족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연구를 해온 헌신적인 모습이 EBS 《명의》로 소개돼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이번 책은 앞서 출간한 죽음에 관한 긴 이야기의 완결편으로 다가온다. 그는 왜 이렇게 죽음에 집착하게 됐을까.

"질병과 죽음을 삶의 적으로만 규정하고, 더 오래 살려는 방법에 집착하고, 죽을 때까지 치료하려는 순간, 죽음을 준비하고 삶을 완성할 시간은 사라진다. 이런 의료 집착이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킬 기회를 박탈한다. 결국 심폐소생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매달려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생각의 결과물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죽음과 관련해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이슈에만 천착하고 있는 점이다. 이 논제가 중요한 것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주시할 것은 '건강수명'(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나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005년 78.2세였던 '기대수명'이 2019년 83.3세로 늘었지만, 2005년 68.6세였던 '건강수명'이 2018년에는 64.4세로 오히려 짧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건강하지 않은 상태(병을 앓다가 죽어가는 시간)에서 살아갈 날이 20년에 가깝다는 공포스러운 현상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중1 때 누나를 암으로 잃고, 의대 진학을 택했는데, 전공도 거의 선택하는 이가 없는 호스피스 영역이었다. 그리고 남동생의 죽음과 부모님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 길이 소중한 길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 확신을 '연명의료결정법'이나 호스피스에 관한 제도 마련 등으로 실현해 갔다. 하지만 호스피스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 전환은 멀다고 저자는 말한다. 암 사망자의 20%인 1만6000명만 호스피스를 이용해도 832억원을 절약할 수 있는데, 모두가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인식 전환의 실패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해 의료 재정을 악화시키고, 존엄한 죽음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존엄한 죽음의 모습은 무엇일까. 우선 1%도 안 되는 가능성을 믿고 항생제와 주사제에 의지하는 방식은 거부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에 사전 장례의향서 작성, 엔딩노트 작성, 감사인사 명단 만들기, 상속과 기부 등 유산 정리, 가족여행 등을 통해 인생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하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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