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춰도 거래가 안돼요"..전세도 10건 중 9건이 재계약

조성신 입력 2021. 12. 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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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 주춤
거래건수도 줄고 매물 늘고
전세 계약 90% 재계약
신규 계약은 '가뭄에 콩 나듯'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세무서에 종부세 문의를 하려는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매경DB]
최근 집값이 삼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값은 한 달째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고 전국 집값 상승세도 지난달 첫째 주 이후 6주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단기간 치솟은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하염없이 꺾이고 있다. 이달 들어 이뤄진 서울 아파트 실거래 중 절반이 직전 3개월 내 실거래 가격 대비 가격을 낮춘 '하락 또는 보합거래'인 것으로 나타났고 가격 하락을 나타내는 수치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하락장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 절벽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978건(1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난 1월(5796건)에 3818건이나 감소했다.

거래량이 줄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상승 폭이 둔화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11월 둘째 주(1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8%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폭은 10월3주(0.17%)→10월4주(0.16%)→11월1주(0.15%)→11월2주(0.14%)→11월3주(0.13%) 4주 연속 둔화했다.

강남권에서는 서초구(0.21%)는 방배·서초동 (준)신축 위주로, 송파구(0.19%)는 잠실·문정동 상대적 저평가 단지 위주로, 강남구(0.18%)는 개포동 위주로, 강동구(0.14%)는 고덕동 신축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권에서는 용산구(0.25%)는 정비사업 기대감 있는 이촌·한남동 위주로, 마포구(0.20%)는 직주근접한 공덕·상수동 대단지 위주로, 종로구(0.15%)는 홍파·교북동 신축 위주로 올랐다.

주택 및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와 금리 인상 우려, 계절적 비수기 등 다양한 하방압력으로 매수심리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공개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 추이를 보면, 11월 21일 기준 전체 실거래 중에서 직전 3개월 대비 가격이 같거나 하락한 실거래 비중이 49.6%(잠정)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역대 최고치다. 하락·보합거래 비중은 10월 35.5%에서 14% 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올해 최저치인 지난 1월 22.5%와 비교하면 27%포인트 이상 늘었다.

상승거래 비율은 50.4%까지 떨어져 50% 붕괴에 근접했다. 10월 64.5%에 비해 14.1%포인트 급락했다. 상승거래 비중은 1월 77.5%에서 4월 61.8%로 하락했지만 이후 재상승해 8월 74.7%를 기록한 바 있다.

부동산 매수심리도 얼어붙은 상태다. 리브부동산 주간KB주택시장동향 기준 서울은 이미 10월 첫째주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29일 기준 매수우위지수는 59.9로 올해 최저치를 찍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더 많은 시장', 낮으면 '매도자가 더 많은 시장'을 의미한다. 서울에선 주택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사전청약, 2.4대책 예정지구 지정, 기준금리 인상(0.75→1%),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최근 주택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확고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값 하락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금융 규제로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하기보다는 연말까지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으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있거나 인기 단지에서는 상승세가 여전하다.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세 매물 5만건 돌파

서초구 반포동 한 상가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매경DB]
한동안 이어질 것 같던 전세난도 사그러드는 분위기다. 겨울방학 이사철인 데도 신규 전세거래가 '가뭄에 콩 나듯'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전세물건이 쌓이고 있다며 아우성인데 통계상 거래는 늘고 있는 요상한 형국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과 그로 인한 전셋값 폭등으로 갱신 계약은 늘어난 반면, 신규 계약은 급감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한달 전 4만6840건에서 현재 5만1009건으로 늘었다. 반면, 시장 분위기와 반대로 통계상 전월세 거래량은 가을 이사철이 시작된 10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총 1만8935건으로, 전월 대비 6.3% 증가했다.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7.7% 감소한 수치지만, 5년 평균 거래량에 비해선 7.1% 많다. 서울 아파트 10월 전월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도 1만4226건으로 9월(1만2266건)보다 2000여건 늘었다.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건은 현재까지 총 9219건이다.

전월세 통계는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일에 의존해 실제 계약일부터 신고일까지 길게는 2∼3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장 상황과 통계 수치 간 괴리는 전세시장에서 신규 계약은 줄어든 반면, 갱신 계약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 영향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사람이 늘었고, 갱신 청구권을 쓰지 않더라도 집주인이 원하는 금액을 올려주며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양천구 목동 S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 계약의 90%가 재계약이고 그중에서도 갱신청구권을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대차 2법 시행 후 급등한 전셋값을 맞추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다른 지역 이주나 평수 증대 등의 신규 계약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묵시적 계약갱신이 이뤄진 경우도 갱신청구권을 우선해서 소진하는 것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0월 기준 6억2907만9000원으로, 임대차 2법 시행 전인 작년 7월(4억6458만1000원) 대비 35.4%(1억6억449만8000원)가 올랐다. 2년 전 평균 전세는 4억4250만9000원으로, 2년 전 계약한 사람이 현재 새로 전세를 얻으려면 평균 1억8656만9000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노원·도봉·강북구 등 이른 바 '노도강' 지역은 2년 전보다 전셋값을 평균 40% 이상, 1억∼1억3000만원가량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금천구(43.2%)와 관악구(41.7%)도 평균 전셋값이 1억2000∼1억4000만원 뛰었다.

신규 계약이 급감하면서 전셋값 상승세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한국부동산원 자료)은 9월 둘째 주 0.17%에서 지난주에는 0.10%로 줄었고 금천(0.03%)·관악(0.01%)·중랑(0.05%) 등은 보합 수준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다만, 내년부터는 신규 계약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과 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내년 7월 말 이후부터 도래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 임대료 증액 상한이 5% 이내로 제한되지만, 청구권 사용 후 2년 추가 거주 뒤부터는 이같은 산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지역에 따라 전세 부담이 수억원씩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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