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진 금융위 '해체론'..왜

정옥주 2021. 12.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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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금융위원회 내부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1.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위원회의 '해체론'이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위의 해체를 주장하는 법안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되고 있어, 추후 새 정부가 단행할 정부조직 개편에 어떠한 영향을 줄 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오기형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윤창현 의원이 현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위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합친 형태로 출범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체론에 시달려 왔다.

금융위가 무소불위의 '공룡부처'로 거듭나면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두 기능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져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된 까닭이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상대적으로 금융감독 기능을 소홀히 하게 됐고, 이로 인해 키코(KIKO), 저축은행 사태, 동양그룹 사태 등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확대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현 금융감독체계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평가다.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들을 살펴보면 세부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공통적으로 금융위의 '해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부활'을 기반으로 한다.

오기형 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은 현 금융위를 금융감독 업무에 관한 심의·의결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금감위로 개편하고, 현재 금융위가 수행하는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감위는 금감원 내에 설치하고, 금감위 위원장은 금감원장이 겸임토록 한다. 또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 등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금감원에 증권선물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실상 금융위 폐지나 마찬가지다.

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도 오 의원과 궤를 같이 한다.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 기능을 분리해 금융산업정책은 기재부에, 금융감독정책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금감위를 설치해 독립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내용이다.

또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개의 기구로 신설해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은 금감위와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융소비자보호원이 각 전담하도록 하는 새로운 금융감독체계를 마련하는 내용도 담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금융감독원법안'도 야당 의원들의 법안과 비슷하다. 현재 금융위가 수행하는 업무 중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이관하며, 금감원 내 금융감독 및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금감위를 둬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금융감독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금감원장과 수석부원장은 각각 금감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겸임토록 한다.

[서울=뉴시스] 금융위원회 외부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1.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같은당 윤창현 의원은 금감원을 개편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금감원의 권한은 줄이는 한편,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금감원장의 금융위 위원 겸직을 제한하고, 경우에 따라 국회가 대통령에게 금감원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장이 금감원이 검사한 결과의 처분을 하는 금융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석하는 것은 이해상충에 해당한다는 논리에서다. 또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포괄적 감독권 도입, 부당한 처분에 대한 수정 요구 절차 마련, 인력과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보완해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권 안팎에서 이들 법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 당선자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점이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상대적으로 정책기능에 자원이 편중돼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효율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기능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두고 전문가, 이해당사자들간 의견이 저마다 다른 만큼, 법안 내용들이 반영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 조직개편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10여년간 이어져온 현재의 감독체계를 다시 뒤바꾼다고 해도, 기대한 만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가뜩이나 지금은 가계부채, 부동산, 코로나19 등 차기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소위 정책과 감독의 분리는 개념적·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금융정책-금융감독을 인위적·임의적으로 구분할 경우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간 책임회피 등 금융행정의 책임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상태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슈라며, 담담한 표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논의는 1998년 이후 계속 반복돼 왔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편되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기도 했다"며 "2008년 금융위가 출범했고 13년이 됐는데 조직 행정 체계는 정답이 없고 감독체계도 나라마다 다른데 자꾸 바꾸기 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금융감독 체계와 관련해 여러 선진국들도 마찬가지고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는 국가에서도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다"며 "어떤게 정답이냐는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고 혹시라도 기능상 중복이나,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세조정 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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