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고종욱을 긁어볼 만한 이유.. 알게 모르게 좋아지고 있었다

김태우 기자 2021. 12.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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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는 1군 뎁스 충원 차원에서 향상의 여지가 있는 고종욱과 계약을 맺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11월, 당시 SK(현 SSG) 선수들은 인천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선수들의 훈련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코칭스태프뿐만이 아니었다. 경기장 곳곳의 트래킹 장비들이 훈련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뽑아내고 있었다.

타자들의 경우 모든 훈련 타구의 타구 속도와 발사각이 집계됐고, 이것이 종합된 데이터가 매일 더그아웃 한쪽 벽에 붙었다. 1·2군 선수들이 섞여 있는 이 캠프에서 가장 뛰어난 데이터 수치를 뽐낸 선수는 고종욱(32)이었다. 특히 타구 속도가 가장 빨랐다. 코칭스태프들도 고종욱의 데이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2021년을 기대할 만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SK로 트레이드된 뒤 첫 해인 2019년 137경기에서 타율 0.323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끈 주축 중 하나가 고종욱이었다. OPS(출루율+장타율)형 타자는 아니었지만, 적시에 안타를 때리며 작전을 성공시키며 당시 침체에 빠진 팀 타선에서 분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장점이었던 타율이 0.283으로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공격 생산력이 추락했다.

2021년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사실 시작은 좋았다. 마무리캠프에서 흡족한 모습으로 주전 좌익수 경쟁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었다. 코칭스태프에서는 “장타는 많이 없어도 3할에 20도루를 해준다면 요소요소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외야에 갑자기 추신수가 추가됐고, 막상 시즌에 들어가자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시즌 뒤 팀의 대대적인 선수단 정비 속에 방출의 시련도 맛봤다.

그런 고종욱에게 손을 내민 팀은 KIA였다. 올해 타격 부진에 애를 먹은 KIA는 한 명의 타자가 급한 시점이었다. 그래도 통산 타율이 0.304에 이르는 고종욱을 테스트할 동기는 충분했던 셈이다. 테스트 결과 끝에 합격 통보를 받았고, 10일 연봉 7000만 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KIA가 고종욱에게 올스타급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치를 1군 뎁스용 선수로 낮춘다면 몇몇 부분에서 한 번쯤은 긁어볼 만한 요소가 있다. 올해 성적은 비록 저조했지만, 몇몇 세부적인 지표에서 알게 모르게 좋아지는 부분이 있었던 까닭이다. 우선 테스트를 통해 몸 상태에 전혀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KIA다. 타구 쪽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여기까지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하다.

고종욱의 올해 최종 타율은 88경기에서 0.267이었다. 원래부터 출루율이나 장타율이 높은 선수는 아니었던 만큼 타율의 저하는 고종욱의 정체성 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월별 타율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고종욱은 기회와 활약이 조합되며 많은 출전 시간을 얻은 6월(.326), 8월(.457)에 맹활약했다. 여전히 콘택트와 몰아치기 능력이 있음을 과시했다. SSG보다는 조금 더 꾸준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KIA가 주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자신의 경력 평균보다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이 너무 낮았다는 것 또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종욱의 통산 BABIP은 0.370으로 매우 높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0.307로 경력 최저치였다. 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내야안타가 많은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에 BABIP는 조금 더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KIA가 테스트 과정에서 전체적인 타구를 눈여겨봤을 이유이기도 하다.

공을 조금 더 보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종욱의 장점을 저해했다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볼넷/탈삼진 부문에서 뚜렷한 향상이 이뤄졌다. 고종욱은 경력 최고 시즌이었던 2019년도 볼넷/탈삼진 개수가 0.20개였다. 치지 못하면 못 나가는 타자였다. 그러나 올해는 0.53개까지 올라왔다. 8%의 볼넷 비율 또한 경력 최고치였고, 반대로 삼진은 크게 줄었다.

물론 항상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가 단번에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IA도 이를 알고 영입했을 것이다. 다만 올해 극단적으로 침체됐던 발은 팀의 성향이나 타율에 따라 더 나아질 여지가 있을 것이다. 무뎌진 발은 발목 부상과도 연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게 고종욱의 자신감이다. 연봉 7000만 원이라면, 리스크 자체도 크다고 할 수는 없다. KIA의 영입에 당위성이 조금은 더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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